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현직 시장·군수들이 벌써부터 표밭갈이에 나서고 있다는 보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거를 1년 이상 앞둔 시기에 현직 단체장들이 표밭을 누비며 자신의 재임중 업적을 홍보하거나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는 누가 보아도 선거운동으로 여기게 되지 정상적인 행정 업무 수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단체장 입지자들이 현직 단체장들의 유리한 고지에 대해 불만을 품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판에 누가 봐도 선거운동이 분명한 단체장들의 행보는 공정한 일이 못된다.

현직 단체장들은 산불예방을 위한 현지 방문이나 마을단위 체육행사에 얼굴 내미는 일, 관내의 크고 작은 각종 행사에 참가하는 것 등이 선거와 무관한 일상의 업무라고 강변할지도 모른다. 일리는 있다.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시기에 산불 취약지역을 찾아가 주민들의 협조와 산불감시를 당부하는 일은 시장 군수로서 당연한 일상의 업무일 수 있다. 그러나 예년에 소홀히했던 일을 헬리콥터까지 타고 다니며 경쟁하듯 나서는 모습은 아무래도 구설수에 오르는 빌미가 된다. 일정 빠듯하게 짜여진 마을별 대화의 장에 일일이 참석해 시장군수가 직접 주민 의사를 챙기는 일이나 읍면 동을 찾아다니며 모여든 주민들과 한사람 한사람 악수를 나누는 일 등은 선거 때나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그런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상시제한 규정을 어기는 행위도 자주 발생한다. 주민행사에 금품 또는 음식물을 제공하거나 자신의 업적을 담은 홍보물을 배포해 선관위의 경고 주의를 받은 일이 올들어 벌써 6건이나 된다. 관내 각종 단체에 주는 시상금을 갑자기 올린 경우도 있고 군정 설명회를 연답시고 참석자들의 식대를 지불한 사례도 있다. 이런 노골적인 선심성 행정 외에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직에 측근 인사를 앉혀 물의를 빚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현직 단체장들의 이와같은 '비공식 선거운동'은 내년 지방선거를 과열 혼탁상황으로 이끌어갈 소지가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행정누수 현상이다. 선거를 1년 이상이나 앞둔 시점에서 단체장들이 밖으로만 나도는 사이 자치단체의 행정이 정체되고 기능이 약화되는 현상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단체장 결재를 받기가 어렵고 민원인들이 청내에서단체장을 만나는게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돈다. 벌써부터 이 정도라면 선거가 다가올수록 지자체 행정력의 정체 누수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단체장들의 자제를 당부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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