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8반 李군만 쓰는 전용통로가 온통 계단뿐인 한 고교 교정에 만들어졌다. 李군이 입학한지 불과 50여 일. 설계에서 공사하는 기간, 시멘트가 굳는 기간 그리고 이런 걸 꼭 만들어야 할지, 논의에서 결정까지의 기간을 빼면, 그 전용통로가 교사·학생들 사이에서 거론된 때는 아마 李군이 입학하자마자 이었을 것이다. 어제 장애인의 날에 맞춰 찾아 낸 춘천 강원고의 ‘근육 이완증 장애학생 한 명을 위한 전용통로 설치’기사는 이 때문에 감동을 줬다. 공교육이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마당에, ‘장애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작은 불편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그런 발상 자체가 교육적이었으며, 재정난을 겪는 사립학교에서 ‘전교생 1천200명 가운데 단 한 학생을 위한 배려’도 신선하다.

사실 장애인 사회복지는 제도가 아니라 인식이 문제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마디로 ‘우리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지난 15년 사이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장애가 있는 태아일 경우 출산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낳지 않겠다’가 83.1%로, 15년 전의 82.4%와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장애인과의 결혼찬성률도 장애자들의 경우 장애자와의 결혼에 찬성하는 비율이 과거 14%에서 30%로 2배 이상 증가했으나, 일반인들의 찬성비율은 16%에서 10%로 오히려 6%나 줄어들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여전한 것이다. 이 조사에서는 과거 장애인들이 비교적 많이 요구했던 ‘복지기관 확충’은 현저히 줄어들어 장애인에 대한 시설, 제도 등은 어느 정도 그 욕구가 충족돼 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오는 5월부터 관청, 병원, 도로 등에 대한 ‘장애인 편의시설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하는 등 장애인 편의 시설에 대한 정책도 과거에 없이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꾸준히 개선되고 신설되는 이런 제도들이 오히려 ‘그건 정상인에 대한 규제’이고 ‘멀쩡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이라며,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거꾸로 걸음마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장애인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장애인은 450만 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재가(在家) 장애인은 1백33만5천명, 이 가운데 89.4%인 1백19만3천명이 후천성 장애인으로 밝혀졌다. 이는 산업재해나 교통사고 등으로 ‘나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장애인들은 이 사회가 필연적으로 감당해야 할 숙명적 고통을 대신 짊어진 사람인 동시에 나 자신의 다른 한 모습으로 너나 할 것 없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쉬우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시민교육을 한 고교에서 ‘체험학습’으로 가르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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