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오징어 채낚기 어민들은 러시아 연해주 새 어장에 가서 오징어를 많이 잡고 싶어한다. 한일어업 협정이후 조업구역이 축소되고 해마다 어획량이 크게 줄어 생계위협을 느끼고 있는 어민들에게 러시아 연해주 새어장은 꿈의 어장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러시아측에서는 과거 t당 140달러씩 하던 입어료를 지난 해 55달러 수준으로 내려 80척의 배가 5천t의 오징어를 잡을 수 있도록 어획쿼터를 조정했다. 조건만 갖추면 올 6월부터 연해주에 들어와 조업을 해도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민들에게 연해주 새어장은 지금 그림의 떡이다. 비록 대폭 하향된 입어료이지만 한꺼번에 선납해야 하고 러시아측이 요구하는 위성감시 장비를 갖춰야 한다. 통상의 출어경비에 이런 조건까지 다 갖추려면 배 한척당 1천300여만원의 비용이 들어가야만 한다. 그래도 어민들은 "돈만 있다면 그런 조건을 갖추고서라도 연해주 새어장에 가서 자유롭게 조업하고 싶다"고 말한다. 첫 출어의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일단 길이 뚫리고나면 투자비용을 빼고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게 어민들의 계산이다. 입어료를 더 낮추고 어획쿼터를 상향조정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는 새어장을 개척하는 발판이 된다는 것이다.

동해안 어민들은 대화퇴 등 기존의 어장이 한계에 달했음을 벌써부터 느끼고 있다. 어로한계선의 북상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아직 국방부와 관련부처 도가 협의중에 있어 언제 실현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고기떼를 쫓다가 본의 아닌 실수를 저질러 조업중에 외국 경비정에게 나포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한번 나포되면 막대한 벌금을 물거나 어선을 몰수당하는 치명적인 손실을 입게된다. 그래서 장비를 갖추고 입어료를 내고서라도 연해주 새어장에서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게 어민들의 꿈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흉어로 생계조차 막막해 긴급 구호미에 의존해야 하는 어민들이 1천3백여만원의 목돈을 마련하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도와 정부가 이들 어민들의 출어경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도는 그동안 동해안 어민들의 어장 확대를 위해 인니어장을 개척하려다 실패했다. 인니어장보다는 거리상으로나 조업조건이 훨씬 유리한 연해주어장 출어를 돕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정부도 이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새로운 어장 개척 차원에서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어민 지원은 중소기업 지원이나 농민 생산지원과 다를 바가 없다. 동해안 어민의 연해주 어장 출어가 적기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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