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 주목할 만한 한 가지 사실은 여러 가지 명칭의 집단 협의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는 점이다. 또 각 협의체 중심으로 각종 사안에 대한 백가쟁명(百家爭鳴)식 이론이 제시·전개되면서 지금 전국이 마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하는 백화제방(百花齊放)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지자제 시행이 가져다 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이런 협의체가 상생을 위한 상호의존적 활동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만약 상쟁의 현장으로 전락해 버린다면 염려할 일이다.

오는 26일 열릴 수도권행정협의회는 과연 어떤 모양새로 전개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근자 알려지기론 경기도가 최근 '공장총량제'를 비롯한 현안에 관해 비수도권 자치단체와 겪는 갈등에 대한 불만 표출의 한 방법으로 임창렬(林昌烈) 경기도지사를 회의에 참석하지 않도록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수도권 광역단체의 이같은 자세는 이번뿐 아니라 지난 해 8월 소위 '지방분권 특별법' 추진을 둘러싼 수도권 자치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서 이미 드러났다. 우리는 경기도의 이런 방식의 접근을 바람직하지 못할 뿐 아니라 협의체 구성의 본질을 훼손하는 위험스런 태도라 생각한다.

한 마디로 말해 유리하면 참석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불참해 안건을 논의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란 민주사회에서 비난받아 마땅한 온당치 못한 처사다. 지금 전국 16 개 광역자치단체장들이 모여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영호남 8 개 시·도지사 협력회의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엔 중부내륙발전교류협력위원회가 폐광 산악 해양을 연계하는 공동개발안을 발표해 주민들에게 희망을 준 바 있다. 모름지기 협의체란 이렇게 가능성을 찾아 지역간 연대를 모색하는 의미 있는 구성체여야 한다.

따라서 경기도 등 수도권 지자체는 일단 수도권행정협의회에 참석하여 대국적 차원에서 '공장총량제'의 공과(功過)를 검토하고 갈등을 조율하는 일에 협력적이어야 한다. 지난 해 이 협의체에서 '한강 700리' 관광상품을 만들어 실천한 전례도 있지 아니한가. 경기도는 이번 모임을 상호 갈등을 일으키는 관광, 공장총량제, DMZ 활용 등의 문제에 관한 강원도의 입장을 경청해 보고, 또 수도권 과밀 해소에 관한 경기도의 정책적 의견도 개진해야 할 것이다. 한계성을 극복하고 모든 가능성을 찾아 협의체 공동 이익을 도모해야 하나, 그렇지 않다면 상호 이견을 확인하고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찾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마땅하다. 이런 차원에서 임창렬 경기도지사의 회의 참석은 당위이며, 그가 참석한 가운데 현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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