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가꾸기 현장에 나뭇가지가 잘려나가고, 어린 나무가 베어지는 것조차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요즘 국민들이 숲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시각이다. 마지막 남은 녹색탱크, 백두대간 숲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엄숙하기까지 하다. 안보목적 상 어쩔 수 없이 설치된 군사시설이나 지뢰 매설 지대, 대도시 전력공급을 위해 불가피한 송전탑까지도 철거하라는 주장이 나온 지 오래 됐으며, 개인의 생업 문제가 딸린 고랭지 채소밭까지도 간섭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물며 백두대간 한 군데서 서울 남산의 23배나 되는 면적의 멀쩡한 숲이 잘려나가 뻘건 민둥산이 돼버렸다면, 이건 경악할 노릇이다. 삼척시 하장면 번천, 숙암리 일대 2천300㏊의 벌채 사건은 법적 하자가 '있다 없다'를 따지기 전에 이런 국민적 정서를 바탕으로 심판 받아야 한다.

대규모 숲이 합법적으로 벌채될 수 있었던 것은 문제의 산림이 '분수림'(分收林)이라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이는 산림으로부터 얻는 수익을 나눠 가질 목적으로 산림소유자(국가 또는 개인)와 시업자(施業者) 간의 계약을 체결하고 조림하는 산림경영 기법이다. 따라서 이번 벌채 건에 대해 산림청은 "황폐한 산림을 경제림으로 조성했다가 벌채하는 산림경영이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으며, 벌채 당사자인 S임업 측은 "지난 50여 년간 최소 100억 원 이상 투자된 육림사업"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3년부터 이 숲을 가꿔 온 것이니까, S 임업 측은 정당한 재산권 행사로 볼 수 있으며, 개인의 그런 권익은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산림청에게는 '산림 경영이라는 게 수십 년 나무 길러 홀딱 팔아먹고, 또 그 산에 나무 심어 팔아먹을 때를 기다리는 것이냐'는 질문을 하고 싶다. 산림청의 눈에는 숲이 고작 얼마, 얼마자리의 목재로 밖에 보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숲이 주는 공익적 혜택은 학생들이 교과서에서나 배우는 것이냐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벌채현장마다 '법적 하자 없다'를 운운하는 산림청에 대해 국민들이 왜 분개하는지를 지적하는 팩트이다.

더구나 이 산림이 과거 황폐해진 산을 수십 년간 노력을 기울여 복원시킨 것이었다면, 그 대가를 정부 돈으로 치러 개인의 손해를 보진 시켜 주고서라도 절대 베지 말았어야 했다. 벌채는 물론 각종 개발로, 최근엔 대규모 산불로 이미 백두대간 산림은 큰 상처를 입고 있다. 엊그제 이 산 저 산에 어린 나무를 심으면서 "이 나무가 자라면 잘라 팔아야지"라고 생각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이번 벌채 사건은 산림에 대한 그런 국민적 신뢰를 산림을 가꾸고 지킬 산림청이 오히려 땅바닥에 내동댕이친 것 같아 어이가 없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