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다고 소문난 야생 식물들이 수난의 계절을 맞았다. 도내 산간지역에 자생하는 가시오갈피 엄나무 산뽕나무 옻나무 느릅나무 등 희귀 야생식물들이 분별없는 채취꾼들에게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껍질을 벗겨 나무를 말라죽게 하는 일은 예사요 밑둥을 잘라내거나 아예 뿌리째 뽑아가는 일까지 흔해졌다. 전문 채취꾼들이 한번 휩쓸고 지나간 산간지역에서는 약용식물을 찾아보기 어려울만큼 훼손 정도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봄철에 산나물을 뜯거나 약재로 쓰이는 식물을 채취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오래된 관행이라 탓하거나 말릴 일이 아니다. 자연에서 쓸모있는 부산물을 얻어 생활에 이용하는 것은 오히려 슬기롭고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정도가 문제다. 산에 봄나물 새순이 돋자마자 한꺼번에 몰려들어 욕심껏 훑어내고 가지째 잘라내는 일은 만행과 다를바가 없다. 더구나 '산나물관광'이니 '산나물 축제'니 하는 그럴듯한 이벤트를 만들어 무리를 이끌고 산을 헤집는 일까지 흔해졌다. 새봄 새생명이 움트는 산을 마구 할퀴고 짓밟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있다. 산나물철을 앞두고 산간 계곡이 또 얼마나 몸살을 앓게될지 걱정이 앞선다.

봄철 산행이 잦아지면서 인제군 산간지역의 야생 희귀 수목들이 약용식물 채취꾼들의 무차별 채취로 멸종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소식(본보 25일자 15면)은 안타깝다. 이런 현상이 인제군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자연자원 특히 약재로 쓰이는 식물자원은 화수분처럼 무한한 게 아니다. 산간지역에 자생하는 약용식물은 비록 뚜렷한 주인이 없다 해도 지역주민 공유의 재산임에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를 지키고 관리하는 것도 지역주민의 몫이다. 지역주민이 앞장서 싹쓸이하듯 채취해 돈으로 바꾸는 일이나 외지 사람들이 무리지어 잘라가고 뿌리째 캐가도 방관하는 것은 주인의식이 없는 탓이다.

자연자원은 당대 사람들의 공유재산일 뿐만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보호야생식물로 지정된 희귀 식물을 무단으로 채취하는 일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데도 무차별 채취가 성행하고 마침내 멸종될 위기를 맞고 있다면 법이 법대로 시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국이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특히 특정한 야생 식물이 약리 효과를 지니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해 불법 채취와 유통을 부채질하는 일부 언론의 제작진도 자성의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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