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지에 대한 역대 정권의 지원 의지가 때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함으로써 폐광지 주민들은 정부의 조삼모사와 조령모개에 신물 날 지경이다. 이런 관점을 '그르다' 할 양이면 우리는 단적 증거를 폐광지 주민들의 대(對)정부 강경 투쟁일지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석탄합리화 사업 추진 이후 폐광지 주민들이 95년에 '사북사태'를 방불할 정도의 대규모 시위를 벌이자 놀란 정부는 페광지지원특별법을 만들어 폐광지 발전을 약속했다. 그리고 99년에 생존권 쟁취를 위한 총궐기대회에 따라 정부는 주민들과 '대책안'에 합의했다. 크고 작은 규탄대회를 열거할 경우 폐광지 주민들의 대정부 투쟁일지는 그 두께를 더해 갈 것이 분명하다.

폐광지 주민들의 정부에 대한 이런 반복된 투쟁은 무엇을 뜻하는가? 한 마디로 정부가 '반짝 관심'만 보이거나 대증적(對症的) 대책으로 일관했을 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이런 식의 대책은 정부의 대주민 약속을 식언(食言)으로 전락시켜 버리고 말았다. '지원 의지는 분명한데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따위의 논리는 정책의 졸속성과 무원칙에 대한 변명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로 하여금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최근의 사안은 금강산 유람선 카지노 개장 혹은 장전항 카지노 개설 논란이다. 특별법에 의해 유일한 내국인 출입 카지노 건설을 약속해 놓고 또 다른 카지노 개설 문제에 '북한 소관'이라는 등의 주장을 펴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논리의 비약 또는 궤변이다.

이 때문에 참을성 많은 폐광지 주민들은 또 다시 '바람 잘 날 없는' 상황 속에 내던져지지 않았나. 따라서 우리는 정부의 폐광지 지원 의지 여부에 강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카지노 확대 불가'를 약속하고, 당국은 틈새 있을 때마다 '확대 허용' 가능성을 흘리는, 이런 식의 음험한 공작적 발상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특별법대로 지원책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대체산업을 육성해야 함에도 눈을 씻고 찾아도 신(新)산업이 보이지 않는다. 38번 국도를 비롯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이 확충되지 못하고 산업 인프라가 최악의 상황인데, 인세티브 없는 폐광지에 누가 기업을 경영하려 올까.

이의 극복을 위해 특별법을 개정하고, 시한을 연장하고, 예산을 투입하고, 조각난 개발 밑그림을 새로 그려야 하지만 정부 당국의 전폭적 지원이 없으니 폐광지 주민들이 우롱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오히려 자꾸 카지노 확대 문제로 폐광지를 흔들어대고 있을 따름이니 또 다시 걷잡을 수 없는 투쟁 분위기에 휩싸일까 염려된다. 우리는 이와 같은 오늘의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며, 따라서 정부 당국이 '카지노'에 단안을 내리고 폐광지 지원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접근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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