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가 도내를 북부내륙권 북부해안권 남부내륙권 남부해양권 산간고랭지권 등 5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별로 비교우위에 있는 농작물을 집중 육성키로 한 소위 '지역별 농업전략'을 마련한 것까지는 좋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그렇게 특화된 농작물을 생산만 하면 되느냐는 것이다. 이 계획은 정작 가장 중요한 '어떻게 팔아먹느냐'가 빠져 있다. 이 부분이 바로 농민이 가장 힘들어하는 곳이고, 농정(農政)도 가장 고민스러워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이번 '지역별 농업전략'은 애써 만들었으면서도 한때의 '1지역 1명품화 운동'이나 툭하면 지역특화사업이라며 권장하던 폼만 그럴듯해 보이던 정책의 재판일 수 있으며, 농민들로부터는 또 '웃긴다'는 비아냥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미 강원도는 그런 전략이 아니더라도 감자, 옥수수, 고랭지채소, 지역에 따라 영월고추, 출하시기의 틈새를 노린 춘천오이, 양구의 조기 출하미(米) 등이 자연스럽게 특성화돼 있다. 그러면서도 번번이 내다 파는 데는 실패해 올해도 '팔아주기 운동'을 또 전개해야 할지 모르는 입장이다. 道가 지역특성에 맞게 특성화시키겠다는 고추냉이, 펀치볼 억제포도, 개량머루, 쌈채소, 인진쑥 등은 타도에서는 생각도 못할 강원도 특산이 될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 특산물을 어디다 어떻게 팔아 소득의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사후대책'도 나와 줘야 농민들도 이 전략을 신뢰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건 농민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 안다. 다만 바로 그 대책이 누구에게도 없다는 것이다.

이젠 농업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이젠 농업기업(agri-biz)을 하는 기업인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농정도 기술혁신과 제품개발 그리고 마케팅이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갈 때까지 간 농업의 위기상황에서 그 해결책을 찾는 길은 농업의 벤처화, 마케팅화에서 찾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추냉이, 억제포도, 개량머루, 쌈채소, 인진쑥의 국내외 재배현황, 수요예측, 수출 전망, 가공후의 부가 가치성 등에 대한 백 데이터가 우선 먼저 완성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근거가 있어야 농민은 투자를, 농협은 융자를, 일반 기업은 민간투자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할 것 아닌가. 청정쌀과 '건강채소'가 시장에서 인기가 있고, 가시오갈피가 값나가는 약제라던가, 찰옥수수 꽃도라지가 지역특산물이라는 것쯤은 농민이 더 잘 안다. 다만 이런 걸 재배할 기술 못지 않게 과연 돈이 되겠는지를 정확히 판단할 자료를 누가 대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특성화 농업전략'이 그런 농민 욕구를 충족하며 짜여진 것인지 묻고 싶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