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동계올림픽 후보지 선정을 둘러싼 강원도와 전북의 유치경쟁이 급기야 지구전으로 전환되는 것을 보면서 새삼 상기되는 것은 동계올림픽 유치도 결국은 태권도 공원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태권도 공원도 전국의 전 지자체가 들고 나오다시피 하며 유치경쟁이 치열해 지자 정치권에서 주물럭거리다 흐지부지해진 사실이 바로 엊그제 일이기 때문이다. 너무 속단하는 것 같긴 하지만 동계올림픽 후보지가 '강원도다, 전북이다'하고 두 지자체간에 열띤 홍보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정부가 어디가 적지인지를 모를 가 봐서가 아니다. 이미 어디가 적지인지 그 기술적 판단은 정부가 먼저 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 따라서 정부도 범도민 유치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유치기획단을 발족시키기까지 하면서 한치도 양보 없는 경쟁이 서로 '강원도의 손을 들어 달라'는 압력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제 어느 쪽이든 손을 들어 줘야 할 찰라 이지만 돌연 딜레마에 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돌연 '국내후보지 선정을 둘러싼 지역간 갈등이 위험수위에 놓여 이를 적절히 보완할 대책을 강구 중'이라는 것이다. 이는 후보지 선정에서 객관적 판단 보단 정치적 판단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런 징후는 '후보지 선정이 KOC 의견만으로 되겠느냐'며 정치권 개입 가능성을 흘리고 있는 후보지 선정권을 위임받은 한국올림픽조직위(KOC)의 반응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정치적 판단으로 후보지를 선정하게 된다면 그 후유증이 어떨 것인지 불 보듯 뻔하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느냐 못하느냐는 강원, 전북 양도의 현안 중 현안이다. 따라서 양도의 경쟁은 더 치열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4·26 지방 재·보선에서 여당이 호남권에서도 참패한 정치적 결과가 후보지 선정에 미칠 영향도 성급하게 진단하는 사람들도 있다. 즉, 동계올림픽 후보지가 호남권 정치기반 회복의 희생물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동계올림픽 유치가 정치권에 굉장한 부담이 될 것이며, 경우에 따라 '한국 유치 포기'라는 극한상황이 유발되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패배감까지 안겨 주게될 지 모른다.

정부는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건에 대해 '자치단체의 의견이지 정부 차원의 검토나 논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바로 그 점이다. 정부는 동계올림픽 유치가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과 역량을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분출된 결과물이며, 지방에서도 올림픽을 끌어올 수 있다는 지방민들의 의식개혁이며 세계를 향한 신선한 도전이라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따라서 KOC에 후보지 선정권을 위임했다면, 그 판단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바란다. 동계올림픽 유치의 정치권 개입이 국가적으로도 어려울 때 국민들의 용기를 북돋아주기는커녕 정치적 폐단으로 비쳐지지 않게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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