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 제2건국추진위원회가 "강릉에서는 모두가 정다운 이웃입니다"며 제2기 위원회 발족식에서 '타향살이 주민들을 위한 대화합'을 역점 사업화한다고 결의한 것은 지금까지 강릉에 이른바 '텃세'가 존재하고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그동안 외지인들이 강릉에 이주해 살 때 다른 어느 곳보다 강한 배타성을 느껴 적응하기 어렵다는 말이 없지 않았고, 또 현실적으로 강릉지방의 지리적 특성과 주민 구성상의 특이성이 언필칭 '끼리끼리문화'를 만들어내 외부인들의 동참과 화합 의지를 꺾는 부정적 요소였음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 예로서 작년에 임승달(林承達) 강릉대 총장이 '강릉을 사랑하는 한 시민의 제안'이라는 전제로 "학연 지연 혈연사회로 외지인에 배타적인 강릉을 과감히 떨쳐 버리지 않는 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고대 로마의 발전도 정복 후 식민지가 된 사람들을 과감히 대우하는 동화정책 덕분이었다"는 실례를 제시하며 임총장은 소지역주의를 대승적 지역주의로 승화시켜야만 지방화 시대를 선도하는 저력이 될 것이란 요지의 주장을 폈다. 말 그대로 타향살이를 하는 임총장의 충심 어린 지적이어서 사람들의 동조와 공감을 얻어냈었다.

이번의 경우 외지인의 규지(窺知)와 체감으로서의 주장 및 제언이 아니라 말하자면 강릉의 주류 세력 집단이라 할 제2건국위에서 거의 같은 내용의 의견을 제시하고 이의 개선을 위한 향우회간담회 등산대회 시정설명회 등을 개최하기로 한 것이어서 이는 분명 시민의 주도에 의해 진일보한 '보수적 강릉 벗기' 캠페인으로서의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강릉은 대외적으로 보수성의 긍정적인 면을 살리면서 이른바 '강릉을 세계로, 세계를 강릉으로'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활동해야 함과 동시에 대내적으로는 타향살이 주민들을 진정한 이웃으로 받아들여 희로애락을 공유하면서 공동체 구현으로 다가가야 세계화 시대의 일원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음을 새삼 깨달아야 할 것이다.

혹자가 "강릉 문화엔 강릉 정신이 깃들어야 한다"고 주장할 경우, 이는 '전통성 유지' 차원에서 이해해야지 곧바로 지역이기주의나 연고주의로 이어져 이상하게 꼬인 자존심이나 배타성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그동안 배타적 지방색이라는 소아병적 증상이 한국사회를 편협한 나르시시즘(自己愛)적 병증으로 몰고가 오늘날 '동서갈등'과 같은 거의 치유불능적 악폐를 가져다 주었음을 보아 오지 않았는가. 이런 점에서 우리는 '강릉에 텃세 없음'을 보여 주자는 제2건국위의 활동을 중요한 사회개혁운동이라고 생각하며 큰 기대를 건다. 이 활동이 성과를 거두어 산 높고 골 깊은 강원도 각 지역의 소지역주의가 극복되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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