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두 건의 지역현안에 대해 모두 주민 쪽 손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속초에서 열린 어업인 후계자 전국대회에 참석한 이한동(李漢東) 총리는 '우리 어선의 안전이 보장되는 범위에서 동해 어로한계선을 북상시켜달라'는 지역 현안에 대해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나섰다. 또 김형기(金炯基) 통일부 차관은 금강산 카지노 허가를 반대하는 태백·정선·영월·삼척 폐광지역 4개시군 대표자들의 방문을 받고 "주민의 요구가 사실상 해결된 것으로 해석해도 좋다"고 밝혔다. 모처럼 정부가 그래도 주민 말을 듣는다는 신뢰가 심어지던 순간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어민과 폐광지역 주민들이 성취감을 맛보았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현안해결이 민심회유용 사탕발림이 되지 않도록 그 약속을 끝까지 지켜갈 의지를 보일 것이냐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이 바로 정부가 그런 약속을 하던 때의 분위기이다. 金차관은 정부의 '장전항 금강산 카지노 설치 백지화'를 지역 대표단과의 비공개 면담형식을 빌어 밝혔다. 또 李총리는 '동해 어로한계선의 2마일 북상'을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건의에 대한 즉석답변 형식으로 밝혔다. 정말 무릎을 맞댄 허심탄회한 자리였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기회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바라는 것인지 알고있던 것 이상으로 정확히 그 감을 잡았을 것이다. 또 통일부 차관방을 떠나면서 방문단이 박수로 화답한 것이나, 어업인 대회 특설매장을 들른 총리에게 한 어민이 참붕어 액즙을 선물한 것이 형식이 아닌 정부가 주민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 준데 대한 감사의 뜻이었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따라서 참으로 오랜만에 정부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보이게 했던 이번 약속은 반드시 지켜지도록 정부 스스로 노력해 주길 바란다. 과거나 지금이나 정부가 지방순시 등을 통해 얼마나 지역주민에게 공수표를 남발하고 있는지는 주민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또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지역주민에게 어떤 자세를 보여야 하는 지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강원도에서 분출하고 있는 이들 현안 특히 '금강산 카지노 문제'는 그런 회유나 선심형의 말의 성찬이어서는 안 되며, 더구나 내년 선거를 안중에 둔 얄팍한 계산이 깔려있는 것 같은 의혹을 갖게 해서도 안 된다. 주사위가 정부 손으로 넘어간 이상 지역주민이 이제부턴 눈을 뒤집고 정부의 이 약속들이 지켜지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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