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뭄지역에 188억 원을 더 지원하기로 하면서 올해 안에 `댐 건설 장기계획'을 수립, 중·소규모 댐 10개를 단계적으로 건설하겠다는 '물 대책'을 내놓았다. 일단 패농 직전인 농촌의 '발등의 불'부터 끄고, 서서히 물 문제를 다스리는 장기 대책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대책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이다. 사실 20년, 10년 전에도 이런 대책은 가뭄만 들면 나왔기 때문이다. 지원액수의 많고 적음이나, 댐 건설을 많이 하고 적게 하는 것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도대체 머지 않은 장래에 물 부족 재앙이 꼭 닥칠 것이란 사실을 예고하는 듯 한 이번 '가뭄사태'를 놓고 내놓은 정부대책이라는 게 너무 구태의연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정부 지원금은 당장 관정(管井)을 파고, 샘이 숨어 있는 개울 바닥을 파내는 데 쓰여 일단 거북등 같이 갈라진 논바닥을 적시게 함으로써 농민 시름을 달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다 비가 오면 끝 나는 것이고, 그 때 가선 지하수 오염 운운하면서 관정 묻기 공사를 또 하게 될 것이다. '과거 그대로'를 답습하는 것이라면, 정부는 '한 세기만에 최악'이라는 말이 나오는 정도의 올 가뭄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가, 그것도 뒤늦게 허둥지둥 땜질 대책을 내놓았다는 말이 된다. `댐 건설 장기계획'도 최악의 가뭄사태를 빗대어 "그것 보라"는 식으로 내놓은 것만 같다. 듣기에 따라 댐 예정지 주민들의 반대여론에 대한 '경고'로 들릴 수도 있다. 이 계획도 일단 가뭄이 해갈되면, 공연히 이해관계가 직결되는 주민, 지자체, 환경운동가 들 사이에 잠재해 있는 댐 반대 여론, 더구나 내년 지자체 선거의 표의 향배 등에 벌집만 쑤셔놓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우리나라는 근본적으로 물이 부족한 나라이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농촌의 영농기는 항상 가물 때다. 고금을 막론하고 치수(治水)야 말로 정치의 최고 덕목이 되던 나라다. 그러나 이번 '과거 그대로' 가뭄대책이나, 향후 물 부족사태의 대응에서 보았듯이 우리 정치에 '치수 항목'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임기응변 식이다. 다행히 내년부터 봄 철 강수가 많으면, 올 같은 한발은 재현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0년 후에는 전국적으로 18억t의 물이 부족할 것이란 예측치가 나와 있다. 연평균 강수량이 세계평균의 1.3배나 되면서도 '치수 정치'부재가 국민을 물 부족국가의 불명예 멍에를 씌워놓는 것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 파듯이, 국민도 댐을 막는 것이 최선이라면 막자고 할 것이다. 다만 정부가 '치수'에 적극적이고, 그런 모양이 국민에게 신뢰될 때 얘기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물을 다스리는데 힘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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