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달해 온 ‘선(先) 금강산 관광정상화, 후(後) 육로관광 허용’ 입장은 넓은 의미로 정부와 현대가 요구해 오고 육로관광의 전진기지인 강원도가 반드시 성사되기를 고대하는 ‘육로관광과 금강산 관광특구 지정’을 들어주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입장 속에는 “대신 관광대가는 원래대로 지불해야 한다”는 강력한 조건이 담겨 있다. 즉, 금강산 관광정상화란 ‘현대가 지난 2월부터 제대로 내지 못해 3천400만 달러나 밀려 있는 관광대가를 다 내고, 앞으로 지불해야 할 달러도 원래 계약대로 준수하자’는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육로관광시대가 열린다고 해도 이 기형관광의 ‘원초적 독소조항’은 그대로 살아 있는 결과가 된다. 비록 육로관광이 돼 물류비용은 줄어든다고 해도, 정액제로 돼있는 관광대가는 그대로 물어야 하기 때문에 결국 기업은 ‘밑 빠진 독 물 붓기’사업을 한다는 얘기가 된다.

강원도 입장에서도 첫 바닷길이 열렸을 때의 기대가 ‘기대 밖’이 됐던 것처럼, 육로관광도 금강산 전진기지라는 명분뿐이고, 역시 ‘기대 밖’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 설 수밖에 없다. 방법은 북한이 금강산 관광사업에 보다 유연성을 보이는 것밖에 없다. 관광객을 대폭 늘리기 위해 우선 육로 길을 트고, 금강산 일대를 제대로 된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관광특구를 먼저 지정해 그 효과로 금강산 관광을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엊그제 정부·여당이 금강산 관광사업 존속을 위해 내놓은 협력기금 지원과 공기업·사기업의 컨소시엄 안도 그런 기조에서 진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투자해서 건질 것이 있을 때 협력업체가 등장할 것이고, 세금이 특정 기업의 대북 빚 가리기에 쓰이는 것이 아닐 때야 협력기금 지원도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게된다는 것을 놓고 보면 어느 쪽이 선(先)이 되고, 후(後)가 될지는 분명하다.

당초부터 금강산관광에서 지자체 몫은 사실상 없었다. 그러나 현대의 금강산 관광이 북강원도의 닫힌 문을 여는 계기가 됨으로써 강원도는 남북강원도 교류협력 사업 물꼬를 텄으며, 나름대로 농림수산 자원과 기술이 상호 교류되는 창구를 개설했다. 지난 봄 북강원도 연어방류에 이어 오는 6월엔 금강산 솔잎혹파리 공동방제에 나선다. 따라서 북한은 금강산 관광을 눈앞의 달러벌이 창구로만 볼 게 아니라, 관광 외적 이익이 무엇인지도 계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와 현대도 지금 금강산 관광이 위기 전락 지경까지 왔다고 파악한다면, 그 난제를 반드시 풀어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어렵사리 성사된 ‘남북강원도 교류협력 사업’ 같은 것도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되며, 대북 논의에서도 그런 것들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