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일선 시·군이 보유하고 있는 양수기 1천500여대가 대부분 노후되거나 용량이 부족해 쓸모없는 '고물'로 방치되고 있다는 보도다(본보 24일자 1면). 석달째 계속되는 가뭄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한방울의 물이라도 끌어대야 하는 농민들에게 양수기는 필수적인 장비이다. 그 양수기가 일선 시군 창고에 고물로 방치되고 있다면 자치단체의 영농지원 행정이 녹슬어 있다는 얘기나 다름이 없다.

가뭄피해가 심각한 모자치단체의 경우 양수기 43대를 마련해놓고 있지만 실제로 주민들이 빌려다 쓸 수 있는 것은 10여대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한다. 나머지는 구입한지 오래돼 망가지거나 용량이 부족해 수년동안 창고에 보관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관중인 양수기 20대가 모두 용량부족으로 스프링클러에 연결해 쓸 수 없는 것이어서 빌려갔던 농민들이 쓰지도 못한 채 반납 한 자치단체도 있다. 그래서 농민들은 자치단체가 고물 양수기를 전시용으로 보관하고 있다는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일선자치단체의 영농지원 행정이 겉돌고 있는 사례는 그뿐만이 아니다. 농민들에게 작목 선택 파종시기 결정 농약 비료의 사용 등 영농기술을 지원하고 영농과정에서 생기는 여러가지 문제와 고충을 상담해주어야 할 농업기술센터 공무원들이 영농지도와는 딴판인 일반행정에 투입되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본보 24일자 15면). 지난 97년 국가직이던 농촌지도직 공무원들이 지방직 공무원으로 전환되면서 대부분의 농촌 지도직 공무원들이 영농지원과 거리가 먼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농현장을 찾아다니며 농사기술을 지도하고 상담활동을 통해 농민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주어야 할 농촌지도직 공무원들이 주차단속 미납세금징수 자치단체 축제행사 등 일반행정 업무를 맡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도내 자치단체 지역주민들의 주요 생업인 농업은 아직 강원도의 중요한 산업기반이다. 따라서 자치단체의 영농지원 행정은 지역주민의 소득향상과 직결된 중요한 행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농지원 장비인 양수기가 고물이 되어 창고에 방치되어 있다거나 농촌지도직 공무원들에게 다른 업무를 부여해 영농지도에 차질을 빚게 하는 자치단체 행정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최악의 봄가뭄을 맞아 농사철 영농활동지원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도 어려운 상황인데 가뭄극복의 기본장비인 양수기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행정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이제와서 노후된 양수기를 새로 구입하는 등 대책을 마련중이라는 도 관계자의 말도 한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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