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 지하화 요구를 둘러싸고 오늘 열리는 '철도청장과의 간담회'는 그 장소를 춘천역으로 정함으로써, 철도청장이 지사와 시장을 춘천역으로 부르는 형식이 되고 있다. 간담회의 모양 새 만 놓고 보면 당장 경춘선 지하화의 첨예한 대립을 놓고 '철도청이 강원도에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한다'는 해석이 나올 만 하다. 우선 이 간담회 장소를 '싸움터'로 간주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안방 텃세로 간담회 주도권을 잡아 지역 여론을 무마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지역의 요구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맞받아 치기 위해 간담회 장소 선정에서부터 우선 기(氣)싸움 안 밀리기 작전이라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그러나 오해이길 바란다. 철도청이 그런 의도로 간담회 장소를 춘천역으로 정할 만큼, 경춘선 지하화 요구가 막가파 식 억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그런 오해가 바로 잘 풀릴 수 있는 일도 공연히 꼬이게 만들어 경춘선 지하화 문제가 달리는 철도처럼 결국 평행주장만 맞세우며 시간만 소비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철도청이 현장성을 강조하기 위해 춘천역을 간담회 장소로 택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이날 간담회를 마친 '경춘선지하화 대책위', 각계인사들이 남춘천역으로 이동해, 주민들이 지하화를 요구하고 있는 제8공구를 돌아 볼 계획이다. 이런 행사 계획 때문이라도 이동이 용이한 춘천역을 택했을 것으로 보려는 것이다. 오히려 '형식보다는 능률'이라는 점에서 현장간담회가 나쁠 게 없다. '경춘선 지하화 대책위'에서도 이런 형식논쟁을 경계했다. 어디서 간담회를 하든 결과가 중요하다고 밝혀, 철도청이 이번 간담회를 통해 지역주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결론이 내려지기만 촉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지난 일은 불문에 붙이면서까지 가슴을 탁 터놓고 있는 지역에 대해 오늘 간담회를 빌어 밝힐 철도청의 입장은 앞으로 지역으로부터 신뢰를 받느냐, 못 받느냐를 가름하게 됐다. 이 때문에 오늘 간담회 자리에서는 손학래(孫鶴來)철도청장의 한마디, 한마디마다 지역주민의 시선을 집중적으로 받게 되는 것이다. '대책위'는 경춘선 시내구간의 지하화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직접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이 건의서는 '기술적 문제' '예산 상 문제'를 되풀이하는 철도청에 대해 "초고속 철도를 놓는 나라에서 철도 몇 ㎞를 땅 속으로 연결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 것으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현장 정서를 배경으로 다듬어 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른 뜻은 없고, 오직 현장성을 강조하기 위해 현장인 춘천역에서 간담회를 여는 것이라면, 이 간담회는 이런 현장 정서를 반드시 그 결론에 반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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