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춘천을 찾아온 관광객들은 역, 터미널, 유원지 등에서 '주요 유원지 음식값 비교표'란 이색 게시물을 보았다. 누가 별도로 조사해 보겠지만, 음식점 주인들 얘기로는 대체로 두 가지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바가지 요금을 근절하려는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것과 "기왕이면 춘천의 특색 있는 먹을거리도 함께 소개됐으면…"하더라는 것이다. 춘천시가 행락철 바가지 요금을 없애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짜낸 '행정지도'였지만, 그런 반응이 나왔다면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또 특색 있는 먹을거리를 소개하라는 제안도 받았기 때문에 아이디어 하나도 얻은 셈이다. 사실 그런 바가지 요금 예방책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관광도'의 창피다. 상인 입장에서 보면, 관광객이야 모두 뜨내기손님이다. 두 번 다시 볼 확률이 거의 없는 사람들에게 적당히 값을 올려 받는 것이 뭐가 그리 대수냐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광객 한 사람 한 사람의 반응이 그 관광지의 수준을 평가하는 '거울'이자, 홍보원이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문제는 간단치 않다. 바가지 요금이 당장은 이익이 되겠지만 결과적으로 상인들의 제살 깎아먹기라는 것쯤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바가지 요금이 근절되지 않는 것이 관광지의 현주소다. 이 마당에 그런 가격비교표가 붙어 관광객들이 업주를 계도하게 하거나, 업주들이 양심상 바가지 씌우기를 자제하게 할 것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라도 바가지 요금이 어느 정도 뿌리 뽑힐 수 있다면, 이런 비교가격표 붙이기가 곧 피서지로 바뀌게 되는 도내 전 해수욕장, 계곡, 강변으로 확산되도록 권장할 만 하다. 우선은 상인들을 붙잡고 '이래라, 저래라'식이 아니고, 생업터전을 위협하는 적발, 고발 같은 행정강권도 아닌, 말 그대로 상인들 양심에 호소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저항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음식가격비교표에 '어떤 집에서 이런 별미음식을 잘한다'고 써 붙이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관광객의 반응은 강원도가 '정보부재 관광지'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현란한 플래카드, 기발한 안내판 등이 있지만, 그런 것들이 모두 상인들의 호객행위에 불과한 것이라고 보면, 사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시장 또는 군수가 추천하는 집 음식을 당연히 맛보고 싶어 할 것이다. "특색 있는 먹을거리 소개도 했으면…"하는 반응은 바로 그런 정보빈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피서철을 앞두고 도내 전 관광지에서 그런 행정지도 아이디어가 번득이길 바란다. 양질의 행정지도는 곧 상인, 관광객 모두가 혜택을 받는 양질의 행정서비스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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