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도시근로자 가구 간 소득 격차가 벌어졌다는 통계자료를 발표한 적이 있다. 작년에 통계청은 IMF 이후 정부의 중산·서민층 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소득 분배 구조가 개선되지 않아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높아져 빈부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밝혔다. 그리고 다시 1 년이 지난 엊그제 엘지경제연구원이 소득불평등이 79년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 99년에 삼성경제연구원의 "빈부격차 더 커졌다"는 발표와 거의 같은 내용으로 우리의 소득불평등이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이슈 거리이기도 하다. 시장경제 이데올로기가 경쟁의 자유를 부추긴 이래 '강자가 약자를 몰아낼 권리'의 현실화가 전 지구적으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즉 게임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공동체 윤리 회복의 문제를 국가가 방치해 둔다는 얘기다. 이를 보다 못해 세계은행(IBRD)이 '세계개발보고서'를 통해 세계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성장 확대'에서 '기회 확대'로 정책을 전환한다고 천명하게 된 것이다.

우리 역시 소득불평등 문제가 심각해져 빈자(貧者)들이 더욱 가난해지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일자리 교육 등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실업 보건 자연재해 등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구축 정책을 마련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가난한 자 더욱 가난해지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작년에 최저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는 국민적 동의 아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해 놓았음에도 빈익빈의 악순환을 겪고 있다면 이제는 정말 정책의 잘못인지 운영의 미숙인지 그 원인과 책임을 따져보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가령 정부가 '소득분배개선종합대책'으로 각종 사회보장 제도를 도입했으나 주지하듯 건강보험처럼 거의 완전히 실패로 돌아간 지금 근본적 재점검이 필요하고, IMF 이후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로 생긴 비정규직 전환 노동자의 실질임금 축소 현상을 커버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도 필요하다. 고용 불안과 복지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반전시키려면 다시 한번 '소득분배구조개선종합대책'을 손보고, 선심성이 아닌 실질적 도움을 줄 저소득층 지원 장·단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수의 부유층, 다수의 빈곤층' 또는 '20 대 80 구조'인 우리 사회의 부조화를 극복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계층간 적대감이 생겨날지 모른다. 따라서 정부는 이 문제를 '빈자와의 동침'이라는 철학적 접근을 통해 빈부 갈등으로 사회적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체적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