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치매는 환자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질병이다. 치매환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가족들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 긴장과 불안 속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야 한다. 치매환자를 돌보고 시중드는 일 때문에 가정에 어두운 그림자가 감돌고 가족간의 불화가 생기기도 하며 때로는 부부가 이혼하는 최악의 경우를 당하기도 한다. 슬하에 직계 가족이 없는 경우 노부부 중 어느 한쪽이 치매에 걸리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생활이 더욱 고통스러워져 환자 또는 간병하는 배우자가 자살하는 경우도 흔하다.

치매에 걸린 남편을 돌보다 지쳐 스스로 목숨을 끊은 77세의 박모 할머니의 경우나 치매 증세로 며느리를 흉기로 찌르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다가 음독자살한 홍모 할아버지의 경우, 치매 걸린 남편과 다투고 죽음을 택한 70대 할머니의 딱하고 안타까운 사정(본보 29일자)은 우리 사회 노인 복지체계, 특히 노인성치매 환자와 그 가족에 대한 지원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깨닫게 한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의약기술이 발달하면서 고령인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2000년 말 현재 도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4만4천명을 넘어서 전체 인구의 9.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전 7만8천명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숫자다.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중 11%가 치매증세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런 비율대로라면 도내 노인성 치매 환자는 줄잡아 1만4천명이나 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일선 자치단체가 지난해 6월 파악한 도내 치매환자는 126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치매환자의 실태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일 것이다.

1만4천여명으로 추산되는 치매환자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음을 뒤늦게 깨달은 도는 오는 2002년까지 강릉에 전문병원을 설립하고 치매환자들을 위한 복지 요양시설을 확충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도내에 치매 전문병원은 고사하고 고작 두어 군데 요양시설에서 150여명 정도의 환자를 수용할 정도니 전문병원 설립과 요양시설을 확충하겠다는 도의 방침은 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다. 강릉 한 곳에만 전문병원을 설립할 것이 아니라 영서지역에도 적당한 위치를 선정해 치매환자를 전문으로 치료할 병원을 세워야 할 것이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고통이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발전을 가로막는 적지 않은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에 정책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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