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춘천시민들은 이 도시의 문화상품화 가능성을 또 한번 경험했다. 2일 공지천 변에서 열린 '청소년 문화대축제'는 도내 전역에서 학생, 학부모 등 1만여 명이 참석했다. 같은 날 밤, '고슴도치섬'이란 새 이름을 갖게 된 위도에서 열린 국제마임축제의 '도깨비 난장'에는 7천 여명이 운집해 밤을 새웠으며, 이튿날 인형극장 등의 공연장에는 어림잡아 2만 여명의 어른 어린이가 관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또 3일 의암순환도로변에서 열린 '500만 기업인 대단결 마라톤 축제'에는 1천 여명의 기업인이 선수가 되어 달렸다. 의암호반의 주말 밤낮이 4만여 명의 축제인파로 지새운 셈이다. 축제는 성황을 이뤘지만 당장 문제가 발생했다. 그늘 한 점 없는 공지천변에서는 청소년들이 뙤약볕 축제를 벌였으며, 고슴도치섬에서 밤을 새운 사람들은 잠깐만이라도 눈 붙일 여관을 찾아다니다 지쳐버렸다.

"도대체 막국수 집은 어디 있냐?"며 관광안내가 안 되는 것을 불평하는 사람이 있었으며, 주말 경춘선 표사기가 하늘에 별따기인 줄도 모르고, 뒤늦게 역을 찾아갔다가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외국인, 외지인이 더 많았던 '도깨비 난장'이 벌어지던 자리에서는 "춘천은 호수, 산, 훌륭한 시설 등 세계적 축제여건을 썩히고 있다"는 성토성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일부 시민들은 "그런 축제가 있었느냐?"고 물었으며, 몇몇 민박집, 식당 등에서는 "그럴 줄 알았으면 돈도 벌었을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결국 3건의 주말 축제는 내용은 좋았으면서도 춘천을 보다 업그레이드하는 데는 실패했으며, 경제적 실속 차리기도 제대로 재미를 못 봤다.

그 책임이 주최측에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임축제위원회가 고슴도치섬, 신매대교, 인형극장, 도립 화목원 일대를 '몽도리(夢道里)'로, 전야제격 잔치를 '도깨비 난장'이라고 붙여 세계 '마임시장'에 내놓아 대호평을 받은 것처럼, 축제 주최자가 할 일은 오로지 판을 벌여놓는 일 뿐이다. 어떻게 숙박·교통편을 연결해 참가자들의 편의를 도울 것인지, 어떻게 환경위생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게 할 것인지는 행정의 몫이다. 이번 청소년 축제는 청소년들이 발랄하게 자신들을 내 보일 수 있는 자리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기업인 마라톤대회도 연례행사로 치러질 예정이며, '춘천마임축제'는 이미 전세계 마임리스트들에게까지 춘천의 대명사가 돼버렸다. 앞으로 이들 축제가 민간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맘껏 발휘할 수 있고, 관은 이를 재량 것 뒷바라지하는 풍토로 성숙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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