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장기화되면서 그 여파가 도시 서민층의 가계를 위협하고 있다. 무 배추 등 채소 값이 일주일 동안에 5배나 오르고 과일값도 치솟아 소비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가뭄과 함께 섭씨 30도를 웃도는 더위가 계속돼 일부 고지대 주민들과 제한급수지역 주민들은 물부족으로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이달 말까지 비소식도 없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도농이 따로 없는 가뭄고통을 견뎌내야 할 것 같다.

가뭄을 극복하려는 농민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말라붙은 개울바닥을 한 길씩이나 파서 물이 고이면 양수기를 동원해 몇 킬로씩 떨어진 논밭에 물을 끌어대고 그 물이 마르면 또다른 곳을 파서 물을 퍼 나르는 형편이지만 바짝 마른 논밭이 물기를 머금기도 전에 뜨거운 햇볕으로 다시 말라버리는 형편이다. 땀과 눈물로 범벅이되어 일그러진 농민들의 얼굴과 쩍쩍 갈라지는 논바닥, 시들어 뜨거운 땅에 주저앉고 금세 노랗게 타들어가는 농작물들을 보면 이번 가뭄이 하늘의 재앙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그런데도 천재라 할 가뭄에 대한 정부 대응은 아직 소극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씨를 뿌리지 못한 밭에서는 잡초마저 자라지 못해 붉은 밭고랑이 타들어가고 어렵사리 모내기를 끝낸 논에서는 물이 없어 개구리 소리마저 들리지않는다. 제대로 자라는 농작물이 없으니 채소값 과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렇다고 해서 오른 값만큼 농민이 득을 보는 것도 아니다. 농촌은 농촌대로 최악의 가뭄으로 고통받고 도시는 도시대로 농산물 수급난과 용수부족으로 난리를 겪고 있다. 이달 말쯤 장마가 시작되고 해갈된 밭에 집중파종이 이루어지면 농산물 수확과 출하가 집중되고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농산물 가격에 농민들은 또 한번 절망하게 될 것이다. 가뭄으로 인한 고통의 악순환이 농촌의 황폐화를 부채질할까봐 걱정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도내 농가빚이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말 가구당 부채가 2천3백86만7천원에 이르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 액수는 전년 말에 비해 13.5%가 증가한 것이라고 통계청 강원통계사무소가 밝혔다. 올 가뭄으로 농사를 망치고나면 농가빚은 그만큼 더 늘어날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가뭄 극복지원에 여전히 인색해서 예산타령만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가뭄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피해가 극심한 지역에 대한 국가 차원의 특별대책을 세워 시행하지 않는다면 빈사상태에 빠진 농촌을 구해내기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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