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째 이어지는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농촌이 타들어가고 있다. 마른 논 밭에서 농작물이 타고 한 방울의 물이라도 끌어대려 안간힘을 쓰다 지친 농민들의 마음이 탄다. 전국이 가뭄으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도내 농촌은 그 피해가 더욱 심해서 이대로 며칠만 더 간다면 올 농사를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강릉기상청은 이 달 하순이나 되어야 비다운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하고 있어 앞으로 최소한 20일 정도는 가뭄이 계속되고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가뭄피해가 커지자 지자체와 정부가 가뭄극복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코끼리에 비스킷' 식이어서 타들어가는 농촌을 적시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가뭄현장의 인력이 총동원되고 농협을 비롯한 민간단체와 기업체 군이 나서서 농촌의 가뭄 극복을 지원하고 있다. 농협은 양수기 80여대를 지원한데 이어 도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가뭄극복 성금을 모으고 있다. 도내에 주둔한 군부대들도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가뭄현장을 지원하고 심지어 레미콘회사들까지 레미콘차량으로 물을 실어나르기에 바쁘다. 말그대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기다리는 비는 좀처럼 내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대로 올 한해 농사를 포기할 수는 없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라도 가뭄을 이겨내고 농사를 지어야만 한다. 가뭄은 이제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사를 망치면 농촌은 농촌대로 도시는 도시대로 엄청난 고통을 당해야 한다. 식량을 비롯한 모든 식품을 수입에 의존할 경우 우리 경제는 또 한번 견디기 어려운 수렁에 빠져들 것이다. 우리의 농촌이 이 극심한 가뭄을 견뎌내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지역주민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강원도민일보가 강원농협지역본부와 함께 '가뭄극복 지원창구'를 열고 각종 양수장비 등을 접수해 농촌에 보내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은 최악의 가뭄을 도민의 힘을 모아 이겨내자는 뜻이다.

한 대의 양수기, 한되의 기름, 한 발의 양수용 호스가 타들어가는 논밭에 물을 끌어대는 힘이 되고 절망 상태에 빠진 농민들에겐 용기를 주는 희망의 물줄기가 된다. 조금만 견디면 장마가 시작된다. 그러나 그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농사에서 때를 놓지는 것은 곧 실농을 뜻한다. 파종 못한 밭에 씨를 뿌리고 빈 논에 모내기를 끝내는 일, 말라죽어가는 농작물을 살려내는 일은 지금 양수장비로 물을 끌어대는 일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십시일반, 도민들의 뜨거운 정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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