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피해가 확산되면서 나라 안의 모든 국민이 가뭄극복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가뭄 극복을 위한 지원 예산을 확대하고 공무원과 군 사회단체들이 스스로 발벗고 나서서 마른 논밭에 물대기 작업을 돕고 있다. 각계 각층 인사들이 절망의 농촌에 양수장비를 보내는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계획했던 체육대회나 연찬회 읍면동장 회의 등 각종 공식 행사를 무기 연기하고 가뭄연장에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휴일도 없이 가뭄현장에 동원된 공무원 군인들이 한방울의 물이라도 끌어대려고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평창군 평창읍 약수리에서 천수답 600평을 경작하는 이경재(70)할아버지는 350m나 떨어진 도수로에서 물을 끌어댈 수 없어 모내기를 포기한채 한숨만 쉬고 있었다. 딱한 소식을 들은 평창국유림관리소 직원들이 산불진화용 초강력 양수기를 이용해 고지대 비탈진 천수답에 물을 끌어댔고 이경재 할아버지는 포기했던 모내기를 이틀만에 끝냈다. 가뭄현장에서 솟아오른 인정의 샘이 산골 노부부의 천수답에 아름다운 '도움의 꽃'을 피워낸 것이다. 100여년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 속에서 혹독한 시련과 고통을 함께 이겨내는 모습이라 가슴 뿌듯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 가뭄 속에서 양수장비를 팔며 폭리를 취하는 약삭빠른 상인들도 있다는 보도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양수기가 동나고 호스가 불티나게 팔려나가 재고마저 바닥이 날 판이라 이틈을 이용해 한목 잡아보자는 얄팍하고 천박한 상혼이 고개를 든 것이리라.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오전까지 10만원에 팔던 호스를 오후에 17만원으로 올려받는 행위는 괘씸하기 이를데 없다. 10만원짜리 양수기가 잠깐사이에 18만원으로 오르고 20만원하던 양수장비가 갑자기 30만원으로 뛰어오르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가 아니라 일부 상인의 반사회적 이기심에서 나온 현상일 뿐이다. 양수기 제조업체들이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치 못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일부 업체의 경우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생산을 중단한 실정이라니 이 또한 딱하고 안타까운 노릇이다.

가뭄현장의 농민들이 물을 대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안타까운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도내 일부 하천에서는 은어낚시를 즐기며 생태계를 파괴하는 얌체족들도 있는 모양이다. 온국민이 가뭄으로 고통받으면서도 이를 이겨내자는 범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뭄현장에 양수장비를 보내고 가뭄극복 지원을 위한 성금 모금이 한창인 마당에 '나만 즐거우면 그만'이라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비뚤어진 심성이 안타깝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