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발표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가뭄 극복을 위한 대국민담화'에는 극심한 가뭄 피해를 겪는 지역으로서는 기대를 가질 만한 내용이 담겨 있다. 우선 피해 지역에 재해지역에 준하는 특별지원대책을 세워 학자금 지원, 세금 감면, 영농자금과 농가가계안정자금 지원 등 각종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그렇고, 또 앞으로 "농촌용수개발 10 개년 사업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는 동시에 댐 건설과 중소 규모 저수지 건설 등 종합계획을 세워 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장·단기적 가뭄 및 물 문제 해결 방향을 제시한 담화문 내용 그대로만 추진되면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양수기, 관정, 급수용 차량 등에 필요한 유류비와 전기요금 전액을 지원한다는 대책은 주목할 만하다. '가뭄 극복 비상대책위원회'의 설치·운영도 적절하다. 90여 년만의 큰 가뭄이란 상황에서 이보다 더 좋은 대책이 있다면 그것을 마다할 리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이번 담화문은 거의 모든 부문을 막라한 내용이라 그 실효가 기대된다.

그럼에도 우리들이 느끼는 것은 기왕에 세울 대책이었다면 왜 이렇게 늦어야 했는가이다. 실상 파악에서 대책안까지 지나치게 시간이 걸리는 시스템의 문제가 마음에 걸린다. 여당인 민주당이 11일에야 비로소 '가뭄 지원비 국고 확대'를 주장하고 나선 것도 사태의 심각성 때문일 것이나 지자체의 부담률 하향 주장에 떠밀렸다는 인상이 짙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난 5일 결정된 강원도 가뭄 대책비 지원 규모가 당초보다 250억 원 축소된 것이 행정 착오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그러했다면 당국의 안일함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담화 그대로 지금 농민들은 '타는 가슴, 절박한 심정으로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을 진실로 도와 주는 자세가 절실하다. 이제 담화문을 통해 대책이 발표되고 국민들에게 도움을 호소했으므로 정책적 지원 및 양수기 보내기 운동에 동참하는 등의 다양한 지원 활동이 가속화할 것이 분명하다. 당국은 현실 파악, 대책 마련, 담화 발표의 수순을 밟으면서 10 년 동안 8 번 가뭄 피해를 겪는 우리의 현실을 개선하려는 장기적 대책도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실기(失期)하지 말 일이다. 정말 제대로 된 대책을 제때에 실천하여 실효를 보아야 한다. 담화문에서처럼 총론으로는 방향을 잡았는데 각론에선 부처간 손발이 맞지 않아 때를 놓치는 일이 비일비재했으므로 하는 말이다. 이번엔 다른 문제가 아니라 물 문제다. 이는 생명의 문제요 생존의 문제다. 대통령의 '가뭄담화'가 큰 효과를 발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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