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에 강하게 맞섰던 대처리즘을 다시 거론하고 레이건의 신(新)보수주의를 또 다시 얘기해야 하는 오늘 우리의 노동 현실은 비극적이다. 노동쟁의가 계속되는 한 국가 장래와 공동체 이상 실현의 가능성이 사라졌던 세계사의 낡은 페이지를 다시 펼치며 고뇌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 실패한 볼셰비키 혁명과 함께 이미 남들은 노동운동의 한계를 깨달아 제3세계조차 노동세력 약화를 기정사실화하는데 유독 우리만 역사의 흐름을 거슬러 '강한 노조'와 '약한 정부'가 이같은 시대착오적 노동쟁의를 벌이며 몸살 앓으니 딱하다.

통탄해 마지 않는 것은 여론 악화로 후퇴하기 직전까지 연봉 1억 원 이상 받는 노동자가 임금인상을 내건 파업을 시도하고, 가뭄을 걱정하는 여론이 그토록 반대했음에도 어제 서울대 병원을 필두로 28 개 종합병원이 파업에 가세하려다 일부 병원만 철회한 사실이다. 항공대란에 이어 의료대란이 재연됐다. 강원대병원을 비롯한 도내 일부 병원들도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으며, 만도기계 문막지회가 파업 찬성표를, 사회보험강원본부는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전 직권중재를 거쳐야 하는 현행 법규는 이들에 의해 악법으로 규정돼 대화와 타협은 설 자리를 잃었다.

불법적 파업이 이렇게 확산되면 우리 경제가 어디로 갈 것인지 그 과정과 결과는 뻔하다. 유가가 뛰고 가뭄으로 농수산물 가격이 불안한데 사회 분위기 악화로 산업 평화가 흔들려 수출에 결정적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파업할 때가 아니다. 민주노총은 연대파업을 즉각 중단해야 마땅하다. 이렇게 좋지 않은 때에 의료대란이 재연돼서야 되겠는가. 우리는 이들 파업이 근본적으로 승객과 환자를 볼모로 잡는다는 그 비윤리성에 주목한다. 의료계 파업의 경우 뜻을 관철하기 위해 반복하여 이런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정말 곤란하다.

우리는 정부가 "국민생활에 불편을 초래하고 국가 신인도를 하락시키는 등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총파업은 중단돼야 한다",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투쟁은 무의미하고 가뭄대란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심정을 헤아려 노동운동의 수위를 조절할 때다"는 여야 정치권의 논평을 대응 논리로 세우고, 또 사용자측에 성실한 교섭 노력을 요구하는 등의 구체적이고 단호한 대처 있기를 촉구한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된 데는 노동개혁에 실패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소모한 뒤에야 파업을 중단할 것인가. 이런 역사는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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