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논란'이 다시 일게 됐다. 다가 올 물 부족 시대를 대비해 정부는 2011년까지 12개의 댐을 건설하기로 했으며, 이들 댐이 들어설 후보지 30곳에 대해 경제성, 기술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10년 내에 12개의 댐을 건설한다는 것은 가히 국토개조의 대 역사다. 그러나 향후 물 문제가 지구적 관심이고 고민인데도, 댐 건설만이 우리의 대책이라면 설득력이 빈약하다. 이번 댐 건설 계획은 그동안 싸놓았던 계획을 가뭄 난국을 볼모 삼아 풀어놓은 인상을 주고 있다. 이것도 물 대책에 대한 정부의 의지 빈곤을 걱정하게 하고 있다. 정말 댐이 먼 훗날과 후손을 위해 불가피 한 것이었다면, 백년대계를 종잇장 뒤집듯 포기할 게 아니라 꾸준히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당당한 태도를 보여 왔어야 했기 때문이다. '댐은 곧 환경파괴'라는 국민적 알레르기를 감안하면, 몇 달 전만 해도 댐 계획은 입밖에도 내기 어렵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유보했던 계획을 다시 꺼낸 것은 사상 유례없는 가뭄을 겪으면서 댐의 필요성을 둘러싼 국민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가뭄은 논밭이 타 들어가고, 마실 물조차 없어 학교 급식이 중단되는 사태 정도가 아니다. 말라붙은 강바닥에서 쏘가리, 꺽지, 어름치, 열목어까지 타 죽고 있다. 나무의 새순이 돋지 않아 산짐승이 농가로 내려와 농민들의 피땀어린 물주기로 연명하는 콩밭, 배추밭을 공격하고 있으며, 겨우 모심기를 끝낸 논에는 고라니 떼가 분탕질을 하기 일쑤다. 새떼까지 물을 찾아 논바닥을 뒤지고 있는 실정이다. 마치 물 부족시대의 생태계 교란 예고편을 보는 것 같다. 댐을 막아 이런 재앙을 막을 수 만 있다면, 지금 환경보호주의자라도 이를 막을 명분은 없다.

문제는 10년 동안 12개의 댐만 건설하면 다가 올 물 부족 사태를 막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그런 예측치와 함께 종합적인 대응전략도 내놓아야 한다. 물 문제는 이미 수많은 국가에서 국제적 분쟁이슈가 되고 있다. 따라서 피차 물이 부족한 남북한의 합리적 수계관리 대책은 물론 물 문제에 관한 국제적 네트워크, 선진국들의 수자원 관리 기법 도입 등 장기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 계획을 보고 분명히 한쪽에서는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백지화', '유보'하며 또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런 기회주의 요소도 타파하는 치국(治國)의지와 철학도 밝히기 바란다. 그래야만 '댐' 소리만 나오면 불거지는 정파, 지자체, 환경단체, 개인간의 이해관계를 초월할 수 있으며, 댐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신뢰로 되돌릴 수 있다. 역사적 사건으로 지금의 물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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