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북한 상선 제주해협 통과 이후 6·15 남북 공동선언 1 주년을 불과 이틀 앞둔 13일 또 다시 '북 상선 동해 북방한계선(NLL) 통과' 사건이 발생한 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미온적 태도 때문이다. "무력을 통해 강력 대응하겠다"던 군의 천명이 헛말이 된 것도 정부의 어정쩡한 자세에서 비롯됐고, 엊그제 국회에서 나온 '영해 통과 이면합의설'과 여론의 비판도 결국 이 문제에 단호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등 정부의 불분명한 태도 때문일 것이다.

북한 상선 '남포2호'의 동해 북방한계선 통과 사건에 특별히 예민한 관심을 갖는 강원도민들은 지금 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달 27일에 우리 어선 '제15수성호'가 동해 상에서 북한 지도선으로부터 총격받은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는 시점에서 어찌하여 북한 상선이 북방한계선을 '무사통과'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정부와 군이 왜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처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 헷갈리는 부분은 정부가 북한에 재발 방지를 요청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동해상에서 조업 중 월선한 수성호 선장을 행정 조처할 방침에다가 동일한 장소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합참 관계자가 남포2호에 "우회하라고 3 번이나 요구했으나 NLL 북쪽으로 복귀하지 않았다"고 밝힘으로써 대응 방식이 소극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 거기다가 14일 밤에 또 한 차례 북의 소형 화물선 '남포호'가 동해 NLL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어제 알려졌다. 말로만 하고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으니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 아니겠는가. 비인도적 북의 과잉 조처에 대응 논리를 펴지 못하고, 같은 장소에서 반복되는 사건에 유효적절히 응대 못한 정부가 못 미더워 어민들이 바다에 나갈 수 없을 지경이다. '유류 부족' 등을 내세우며 교묘하게 피해가는 북의 술책에서 불안감도 느껴진다.

북한은 지금 미국과 사상 최대의 게임을 벌이고 있다. '북미대화'에서 북한은 핵과 미사일이 아니라 '평화'를 논제 삼아 테러국을 벗어나려는 전략을 편다. 즉 'NLL로 평화가 깨져서는 안 된다'는 배수진으로 미국을 압박하는 중이다. '정전 체제의 무력화'를 의도한 것으로도 보인다. 이런 치밀한 전술전략에 우리 정부가 끌려가고, 이로 인해 동해안 어민들이 마치 새우등 터지듯 피해입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정부는 북한에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단호한 주권 행사로 합리적인 남북관계가 복원되도록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해군 사수 구역이 뚫리고 우리 민간 어선에 총질을 해대는데 "나가라"고만 해서야 공존적 평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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