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내년 하반기쯤으로 예측되는 금강산 육로관광시대를 앞 둔 道, 고성군의 준비상황이 밝혀지고 있다. 道는 '평화의 문' 에 100억 원, '남북관광교류센터'에 250억 원을 들이겠다는 등 예산계획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무엇인지 모르게 허전하다. 육로관광은 배타고 가던 금강산을 버스나 승용차 타고 빨리, 그리고 편하게 간다는데 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 전선이 헐린다는 세기적(世紀的), 세계적 정치 이벤트이다. 이 사건이 강원도, 우리 땅에서 1년 이내에 벌어진다는 사실만으로도 도민들에겐 버거운 감동이다. 道가 내놓고 있는 '준비상황'을 보면서 '이 기막힌 호재를 소화할 아이디어 빈곤'이라고 느끼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평화의 문은 밀레니엄 사업 착수 때도 거론됐던 상징물이다. 그런 상징물이 생긴다고 해서 관광객이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DMZ가 평화적으로 뚫리는 기념비적 사건을 기념해 그런 구조물이 생기는 것을 뭐라고 할 이유는 없다. 또 세관·출입국 관리와 검역·여객 터미널·쇼핑센터·국제회의장 등을 갖춘 남북관광교류센터도 당연히 들어서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있어야 할 것만' 준비하는 데, 이의(異議)가 있는 것이다. 상식을 뛰어 넘는, 상큼하고 진취적인, 그리고 전향적으로 이 호재를 주무를만한 아이디어는 내놓을 수 없느냐는 것이다. 최근 道는 접경지역 생산성 비교에서 '경기도가 강원도의 10배'라는 자료를 공개했다. 제조업생산성과 재정자립도를 중심으로 조사했기 때문에 'DMZ 관광분야'의 생산성 비교는 제외됐다.

그러나 소위 안보관광으로 시작된 DMZ 관광은 시작과 개발이 강원도가 원조이면서도, 그 생산성의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지고 있다. 소재는 있으면서도 개발능력, 사실은 뚝심까지 부족해 신관광시장을 빼앗기고 있는 강원도 관광 취약성을 극명하게 드러낸 예이다. 아직 실현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겠지만, 금강산 육로관광은 머지 않은 장래에 어떤 형태로든 이뤄질 전망이다. 이 절호의 '판'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道는 지금 두뇌를 동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산학(産學)협력은 이럴 때 필요한 것이다. 바쁘다며 삽부터 들기 전에 우선 도내 대학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쏟아 놓을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하기 바란다. 대학의 생각이 다소 상상적이고, 이론에 집착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현실에 쫓기는 공무원의 탁상구상보다는 낫다. 솔직히 육로관광을 하자면 고성에 무슨 센터쯤은 세워야 한다는 것은 다 아는 것이고 이 때문에 이 '준비상황'을 궁여지책 수준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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