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에 대한 손익계산서를 단순한 차원에서 따져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문제는 국내뿐 아니라 남·북한 그리고 동북아 범주로 나누어서 고려해 보아야 할 중대사다. 국내 문제만 하더라도 매향리와 같은 피해, 주둔군 지위 협정 불평등, 주한미군 유지비 분담 등을 모두 짚어내야 하므로 결코 단순치 않다. 더구나 아직 탈냉전 평화체제가 구축되지 못한 한반도에서의 주둔군 문제는 손익계산서 이상의 미묘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군 환경오염 규탄대회가 소파개정국민행동 등 10여 개 단체에 의해 미8군 사령부 앞에서 행해지고, 매향리·스토리사격장 오염 등을 규탄하는 성명서가 발표된 것은 사안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이다. 16일에 원주 미군부대 캠프롱 앞에서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항의로 미군기지 반환 촉구 인간띠 잇기 대회가 열린 것도 같은 차원에서 이해돼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는 15일 제3차 미군기지 주둔지역 자치단체장 협의회가 '미군공여지역지원 및 주민권익보호에 관한 볍률안'을 의원입법으로 제정할 것을 결의한 사실에 주목한다.

규탄대회는 물론 급기야 단체장들의 이런 '특별법' 제정 움직임까지 오게 된 데는 전적으로 주둔미군의 환경오염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의 환경오염에 대한 복구 의무를 명문화하자는 우리 정부의 4 년 간의 요구가 겨우 채택돼 지난 4월 발효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엔 환경조항 신설에 합의했을 뿐 미군 환경범죄에 대한 책임자 처벌이나 원상 회복 요구 문제 등 구체적 실천 조항이 빠져 있다. 이런 현실에다가 방위비 분담금을 32% 인상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한강에 유해물질을 방류한 맥팔랜드에 대한 재판을 피하는 윤리적이지도 정의롭지도 못한 미국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으니 주둔지역 자치단체장들이 그렇다면 "환경오염 및 발전 저해 지역의 손실과 피해를 국가가 나서서 보전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

미군 주둔지역의 피해 현실을 감안할 때 단체장들의 이런 주장은 절대로 지나치지 않다. 지난 10 년 간 주한미군에 의한 환경피해 사고가 총 35 건이고, 이 중 원주에서와 같은 유류저장 시설의 관리 소홀 및 송유관 부식 등으로 인한 기름유출 사고가 42.8%를 차지했다. 이런 현실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아니한가. 얼마 전에 법원이 미군 매향리 사격장으로 인한 주민들의 소음피해에 대해 최초로 위법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비록 소송 대상은 오염 원인자인 미국이 아니라 한국 정부였지만 우리는 정부가 먼저 주민들에게 보상을 해 준 뒤 미국 정부로부터 손해배상액의 75%를 돌려받을 수 있는 이런 방식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러 면에서 우리는 단체장들의 '특별법' 제정 움직임에 의미를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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