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 내놓은 '21세기 강원문화예술진흥 기본계획안'은 두 가지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변화하는 세계 문화 조류에 어떻게 적절히 대처할 것이냐'에 고민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자치시대에 '강원도 문화 정체성 찾기'를 모색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도가 발표한 내용은 지역문화를 보는 시각과 접근방법, 추진전략 면에서 지난 세기와 달라진 진일보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40 개 사업과 20 개 향후 보완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말 그대로 '강원 르네상스' 시대가 활짝 열릴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앞으로 10 년 간 5천억 원 가까운 예산을 쓴다니 부족하나마 '문화의 기름'으로서 적절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진정한 '문화자치'를 꿈꾸자면 '문화 민주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주장은 가장 바람직한 문화란 결국 우리들이 일상을 지배하는 문화를 모두가 공유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적으로 향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에서 비롯한다. 따라서 문화정책은 가능하면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지역사회에 필요한 적절한 문화사업을 기획하고 스스로 각종 문화활동을 벌이는 방향에서 진행돼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21세기 강원문화예술진흥 기본계획'의 기조는 여전히 행정 주도의 성격이 짙다. 특히 이번에는 '문화의 글로벌화'를 의식하는 한편 '강원문화의 정체성' 확립에 신경 쓰다 보니 주민 공감대 형성 측면이 희석된 감이 없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가 걱정하는 부분은 무제한적 경제·금융재화의 흐름 뒤에 도사리고 있는 '힘의 법칙'에 사회 구조가 일그러지는 경향처럼 지역문화 향수층 역시 이른바 문화 주류 한쪽으로만 기울지 않을까에 있다. 즉, 문화인프라 문화행사 등 하드·소프트를 망라한 모든 문화정책이 일상과 유리된 채 주민의 체험 범위 밖에서 겉돌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특히 올해는 '지역문화의 해'다. 또 21 세기는 이른바 '문화의 세기'다. 주민들이 문화를 '강건너 무지개'쯤으로 여기거나 '문화 관객'으로 만들어서는 이런 명제들이 공허해지기 쉽다. 따라서 기왕에 야심찬 계획을 실효 있게 진행시키기 위해 우선 '문화의 민주화'라 이름할 수 있는 주민 참여의 문을 활짝 열어 놓는 방향에서 추진돼야 한다. 그러자면 예산 지원에 지역세나 정치성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문화 중심가치를 찾아 배분돼야 할 것이고, 지원의 성과에 대한 철저한 검증도 필요하다. 이런 점이 고려된다면 문화에 의한 '강원인의 행복 찾기'인 '강원 르네상스' 현실화의 길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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