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4명이 가뭄 때 양수용으로 파놓은 물웅덩이 빠졌다가 3명만 구조된 사고가 철원 시내로 흐르는 용화천에서 일어났다. 이 사고가 경종이 돼 부랴부랴 가뭄에 파놓았던 웅덩이를 장마 전에 모두 메우라는 행정지시가 일선에 내려갔다. 학교에서는 어린이들이 시냇가에 나가 놀지 못하도록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형식이고, 헛일이다. 내일부터 장마다. 도내만 하더라도 1천890군데의 개울 바닥이 깊게는 5m, 얕은 곳은 2m 깊이로 대규모 유적 발굴현장처럼 파여 있다. 겨우 10%를 메웠다는 데, 무슨 수로 장마 전에 안전한 강바닥으로 원상복구 시키겠는가. 어린이들을 강가에 내보내지 말라는 것도 그렇다. 이제 여름인데, 강과 들이 놀이터인 농촌 어린이들을 방안에 붙들어 앉혀 놓을 수도 없다. 그리고 한창 모험심과 호기심이 강할 나이에 '가지 말라'고 한들 듣겠는가.

이 사고는 '올 여름 첫 익사 사고'정도로 유야 무야 잊혀질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물웅덩이에 어린이가 희생되는 사고를 그렇게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할만큼, 성숙한 사회 규범과 질이 요구되는 때이다. 어른이 파놓은 물웅덩이의 어린이 희생은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다. 60∼70년대 개발지상주의를 부르짖던 때 일어난 일도 아니고, 개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어린이 희생도 아니다. 더구나 골재 채취장에서, 올해 같이 가뭄 때 파놓은 양수용 웅덩이에서 연례행사로 발생하는 한국 농촌형 사건이다. 펄펄 뛰던 자식을 졸지에 잃은 부모의 슬픔 못지 않게, 자라나는 2세들을 산업현장에 아무렇게나 방치하고 있는 것을 이 사회가 이젠 좀 부끄럽고 통탄스럽게 생각해야할 사건인 것이다. 어린이·청소년들이 숨진 예지학원과 씨랜드, 인천 라이브호프 화재 사건과 다를 게 없는 이 사회의 상실된 규범과 도덕이 저지른 사회구조적 범죄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물웅덩이 어린이 희생도 이 사회가 보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일련의 대형화재로 희생된 어린이·청소년들의 유족에 대해 자치단체가 우선 보상을 해주고, 시설주에게는 그 보상금을 구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주들이 지불능력이 없는 경우는 자치단체가 그 돈을 환수 받지 못해 재정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 일은 자치단체가 그런 부담을 무릅쓰고 먼저 발벗고 나서 책임소재를 가리고 사후대책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어린이들에게, 특히 모든 환경이 열악한 농촌 어린이들에게 이 사회가 '위험사회'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 솔직히 해수욕장에서 부모 손을 잡고 있다가 당한 참사조차도 자치단체들이 그 배상을 요구받은 마당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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