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남대천 협상의 기본 전제는 오염원을 어떻게 감소시킬 것인가이다. 또 지난 10 년 동안의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포함된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강릉시와 한국수력원자력측의 견해가 너무 달라 지난 3월 집단항의 집회 이후 뭔가 해결책이나 대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던 시민들은 원점에서 맴도는 '남대천 협상'에 다시 배신과 분노의 심정으로 돌아서는 모양이다.

이런 방식의 협상으로는 이제 더 이상 어떤 대안이나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할 것 같아 지켜보는 사람 역시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한수원의 협상 자세에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어쩌면 그렇게 거의 변하지 않은 똑 같은 내용을 반복하여 협상 테이블에 올려 놓는지 놀라게도 된다. 바뀐 것을 찾아 보자면 강릉시가 홍제취수보 대신 오봉댐 물을 사용하면서 농업기반공사에 지불한 상수원수료 38억여 원을 보상해 주겠다는 것 정도다. 그것도 이자를 뺀 원금만 대상 삼는다니, 이 문제에 접근하는 한수원의 근본 자세가 어느 수준인지 읽을 수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측은 불분명한 근거에 의해 자신들이 남대천 오염 원인자 위치에 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고, 오히려 남대천 하류의 수질 개선에 방류수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주장도 편다. 도암댐과 남대천 수질 등에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용역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실질적 피해 보상 실천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에 강릉시는 오염원인자가 강릉수력발전처이므로 보상은 필연이라는 결정론적 주장을 펴고 있으니 4차에 걸친 지금까지의 협상이 공전될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이런 답보를 계속할 것인지 묻는다. 우리가 생각할 때 문제 해결의 본질은 한수원이 남대천 오염의 원인자 중 무시할 수 없는 한 요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단 강릉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면 성의 있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순리다. 강원도의 중재를 바라거나 오염 피해, 생태계 복원, 홍제취수장 재사용, 대체 식수원 개발 등의 문제를 '지원 검토' 수준에 붙잡아 두고 방류구를 다시 열 기회나 잡자는 의도라면, 이는 공기관으로서 할 수 있는 신의 있는 태도가 아니다.

강릉시 역시 같은 협상 테이블에서 같은 카드를 계속 반복해 사용하기보다는 합리적이어서 한수원이 더 이상 거절할 수 없는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유역변경식 발전소의 근본적 존폐 문제를 현재의 협상 대상이 아닌 보다 상위 직급이나 기구와 협의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협상이란 바람직한 결과를 전제로 한다. 지금과 같은 형식으로는 실망만 줄 뿐이다. 양측 모두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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