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사회로 가자면 다른 무엇보다 사회 전 영역에서 사회적 약속으로 정해진 절차를 철저히 지키는 풍토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예컨대 이런저런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연체하게 된 고객들은 신용 불량자로 규제되기 전에 소정의 절차를 밟아 적절히 대처해야 하며, 당국 역시 사전 통보로 신용 불량자 양산을 막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해야 할 도리다. 신용사회로 가는 길에 모두가 협조하고 동참해야 더욱 복잡해지는 현대사회를 질서 있게 유지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신용사회를 무색케 하는 일부 부류들이 질서를 무너뜨리고, 절차를 무시하고, 그리하여 규약이나 사회적 약속을 저버린 채 일방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사회적 불신을 조장하고 있으니 문제다. '사전 통고 없는 은행 거래 또는 카드 거래 중지 현상'이 최근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런 신용거래 불량자 확산 현상이 고객의 책임 때문이라면야 경제 사정이 나빠진 오늘의 현실을 자탄할 수도, 법을 무시하고 책임 회피를 일삼는 일부 불량 고객들을 지탄할 수도 있겠지만, 일부 회사의 무책임이 빚어낸 일이라면 즉각 시정돼야 한다.

최근 특히 이통통신 요금 연체자들에게 서면 통고로 불이익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고 신용거래 불량자로 규제해 피해가 속출하는 현상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장치 없이 일방적 불이익을 강제한다는 면에서 지양돼야 마땅하다. 우리는 연체가 발생할 경우 은행연합의 '신용정보 관리규약'에 의해 보증보험이 요금을 대지급하고 동시에 가입자에게 서면 통고해야 하는 기본적 절차는 어디로 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소비자측으로부터 가입자 수 늘이는 데만 신경 썼지 고객 서비스에 불성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차에 이동통신업체들의 "가입자 주소가 바뀌는 등 연락이 여의치 않아 일부 착오가 있었다"는 식의 반론으로야 소비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겠는가.

보다 본질적으로 주민등록번호만으로 휴대폰 가입이 가능한 제도적 맹점이 문제다. 이에 따라 명의가 도용된 선의의 피해자들로서는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기회에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일이다. 결국 신용사회를 정착시키자면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기본적 규약을 철저히 지키는 방법 외엔 다른 길이 없다. 이동통신업체와 보증보험회사가 먼저 관리 규약에 따라 먼저 소비자들에게 철저히 사전 통지하여 신용불량등록에 따른 선의의 피해를 막고 신용사회를 정착시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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