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어민들에게 금주는 원양어업의 새 이정표를 세우느냐를 가름하는 주간이다. 그동안 '된다, 안 된다'를 반복해 오던 러시아 연해주 어장의 오징어 채낚기 입어가 무르익어 드디어 첫 출어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원양어장 하나를 개척했다고 들뜰 일만은 아니다. 오징어배들이 신어장을 개척하는 개가이긴 하지만, 이번 진출이 드디어 '해양전쟁' 한 가운데에 우리 수산업계가 내동댕이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본·정보·기술 등 모든 게 열악한 도내 동해안 어민들에게는 이번 '러 어장 출어'가 어업도 이제는 '국제전'을 치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는 자각을 하게 하고 있다. 한·일 및 한·중 어업협정에 따라 우리 어장은 날로 줄어들고 있고, 주변국의 간섭과 통제는 날로 거세 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지금 어민들이 개척해 먼바다로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 지자체 당국은 이런 해양 신질서의 형성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할 뿐 아니라 어민들의 손과 발이 된다는 자세로 원양어선들의 뒷바람이 되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갖기 바란다. 근해 오징어 채낚기업계의 러시아 수역 진출은 지난 98년부터 추진돼 99년 18척의 어선이 1천800여t을 어획했으나 지난해에는 러시아측이 지나치게 높은 입어료를 요구해 무산됐었다. 이를 지난해 연말 한·러 어업협상에서 오징어 어획쿼터 5천t을 확보하자, 정부는 지난 5월부터 10월말까지 채낚기 어선 80척을 보내 조업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입어료, 승선인원, 러시아 감독관 승선인원 등을 둘러싸고 피 말리는 실랑이가 진행됐던 점을 감안하면, 지금 우리 수산업계가 뼈저리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고 있다. 즉, 고기 잡는 기술과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바다 외교 전쟁'의 수행 기술과 능력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당장 일·러간의 영토분쟁이 일고 있는 남 쿠릴 수역의 우리 꽁치잡이 어선의 조업착수를 일본이 훼방놓고 있는 데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하는 것도 우리의 바다외교 능력을 가늠하는 실례가 되고 있다. 道가 인니(印泥)어장을 개척하려다 실패한 것이나, 경남도가 캄보디아에서 발걸음을 돌린 경우는 한·일 어업협정으로 축소된 조업구역 확보를 위해 지자체들이 신어장 개척에 나섰던 케이스다. 결국 지자체들의 이런 실패도 사전조사 미비 등의 이유가 있었지만,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해양도(海洋道)'만 외칠 뿐 정작 '바다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이번 러시아 오징어 어장에서 경제성이 확인된다면, 양국간 또 다른 수역과 어종에 대한 정부쿼터의 논의를 전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첫 러시아 오징어 잡이 출정을 우리의 바다외교에 대한 전기쯤으로 간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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