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연안에 해마다 119t의 납이 가라앉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도환동해출장소에서 조사해 밝힌 자료에 따르면 동해 연안에서 어업용 그물과 낚시용 추로 이용되는 납이 연간 756톤인데 이중 119t이 바다에 가라앉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고의로 버리는 게 아니라 기상악화로 그물이 유실되거나 낚싯줄이 끊어져 추로 쓰이던 납이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해마다 119t이나 되는 양의 납이 물 속에 쌓이고 있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특히 명태자망에 달린 납의 유실량이 가장 많아서 고성군 연안에서만 한 해 84t이 바다에 버려지는 상태라니 그동안 쌓인 납이 얼마나 될지 걱정된다. 무기질 중금속인 납이 바닷물 속에 계속 가라앉아 축적될 경우 수질을 오염시키고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유실되어 바다 밑에 가라앉은 어망을 수거하는 정화작업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해마다 버려지는 납의 양 중 상당 부분이 방치된 상태라면 이는 동해안 청정성을 위협하는 또다른 요인이 될 것이다.

청정 동해는 동해안 지역주민 뿐만 아니라 강원도의 자산이다. 동해 연안에서 생산되는 오징어 꽁치 가자미 명태 등 수산물은 이미 그 청정성을 인정받아 동해안 특산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서해 남해에 비해 맑고 깨끗한 바다라는 명성때문에 관광 피서객들이 동해안 해수욕장을 선호하고 있다. 동해 연안은 동해안 주민의 삶의 터전이자 생계의 텃밭이며 설악산과 함께 강원도 관광의 주된 표적지이기도 하다. 동해바다가 오염되어 청정성이 훼손된다면 강원도와 도민은 천혜의 큰 자산 하나를 잃는 게 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동해연안 청정해역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최근 동해연안의 청정성을 위협하는 오염원이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다. 각종 폐기물이 해안으로 유입되고 항·포구의 폐유 유출도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피서객과 낚시꾼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 터에 어망에 달린 납까지 다량으로 버려진다면 연안 어장의 급속한 오염을 방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도환동해출장소가 연안 어장의 납사용 실태와 유실량을 조사한 것은 청정해역 동해안의 오염을 사전에 방지하는 자료수집과 대책마련을 위한 실태파악이라는 점에서 늦은 감이 있지만 평가할만 하다. 문제는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에 옮기는 일이다. 도와 관련기관에서는 납을 대체하는 소재개발이나 낚시 면허제 등 가능한 일부터 서둘러 동해안 청정 해역을 지키는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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