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가뭄 끝에 닥쳐온 장마전선으로 엊그제 영서지역엔 집중호우가 내렸다. 100mm 안팎의 집중호가 내리자 곳곳에서 도로붕괴 낙석사고가 일어나 산간 도로를 운행하는 운전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춘천 근교 5번 국도에서 20t이나 되는 낙석이 지나가던 차량을 덮쳐 한명이 숨지고 운전자가 크게 다쳤다. 당국이 곧 중장비를 동원해 길에 쌓인 돌더미를 치우고 차량 통행을 재개시켰지만 몇시간 후 같은 장소에서 10t가량의 낙석사고가 또 발생해 지나가던 차량을 덮쳤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땜질식 미봉 행정의 피해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주말은 물론 평일야간에도 약국들이 일찍 문을 닫는 바람에 처방전을 든 응급환자가 약국을 찾아 헤매는 일이 부쩍 늘어났다. 의약분업 이후 생겨난 일반적인 현상이다. 병원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 판매하는 약국들이 병의원 진료시간에 맞춰 문을 열고 대부분의 병의원이 쉬는 휴일이나 주말엔 약국문을 닫는게 보통이다. 응급환자가 처방전을 들고도 약을 사지 못해 애를 먹고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도 야간이나 휴일엔 구입하기 어렵다. 국민을 안전하고 편하게 하기 위해 시행한 제도가 국민을 짜증나고 피곤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의 셔틀버스 운행이 중단되자 소비자들만 고통을 받고 있다. 대중교통 노선이 확보되지 않은 지역엔 자가용 차량이 홍수를 이루고 주차장이 모자라 불법주차가 성행한다. 그 교통혼잡 속에서 무거운 짐을 든 소비자들이 몇십분씩 버스를 기다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고객이 줄어들고 매출이 격감할 것으로 예상했던 대형 유통업체들은 판매량에 큰 변동이 없자 느긋해 하고 당국은 시민들의 불편에 오불관언이다. 이래저래 골탕먹는 건 소비자인 시민들 뿐이다. 방문판매가 성행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법의 미비점이나 빠져나갈 구멍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판매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면서 상품의 반품을 거부하고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소비자 보호단체를 찾아가 하소연 해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

쾌적하고 편안한 사회 환경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시민을 짜증나게 하고 피곤하게 만들고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들을 찾아 이를 척결하거나 개선하는 게 행정의 임무다. 시민 생활 구석구석에서 시민을 짜증나게 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부정적 사회 요인들이 버젓이 존재하는 한 세금내는 시민들의 권리는 그만큼 무시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시민생활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지 답답하고 한심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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