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 동안 펼쳐졌던 코리아오픈 춘천국제태권도대회는 태권도가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지자체의 마인드만 있다면 이런 스포츠 기획을 얼마든지 창안해 소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겼다. 54개 국 선수 1천600여 명, 임원 400여 명이 참가했던 이번 대회는 일단 세계태권도연맹이 승인한 국제대회 US오픈, 멕시코 오픈, 스페인 오픈을 규모나 운영면에서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춘천을 세계에 알리는 이만한 문화상품이 있겠느냐는 당연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성공작'이라는 낙점은 받았으나 이 대회를 앞으로 어떻게 끌고 갈 것이냐는 것이다. 대회규모는 매년 늘려갈 수 있다고 하지만, 태권도 종주국을 배우려는 외국 참가단의 욕구와 이 대회에 대한 주민의 문화향수와 경제적 이익의 기대치는 어떻게 충족시켜 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부상한 것이다. 이 대회유치 배경은 지역간 과열경쟁으로 추진계획이 유보되긴 했지만 '태권도 공원'유치 분위기 선점에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태권도 공원'에서 기대되던 그런 효과가 이미 시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며, 따라서 그런 빅 이벤트의 유치가 '되고 안 되고'에 관계없이 이 대회는 발전적으로 계속 돼야 한다.

그러나 지구촌 5천만 명의 태권도 인구가 있다는 사실을 놓고 본다면, 과연 한국을 대표한다는 이 대회가 이렇게 치러질 수 있느냐는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열악한 지방재정으로 치러지는 이 대회를 놓고 '과욕'이란 비판이 나올 만큼 무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태권도 선수들이 관광객이 아닌 이상, 그들의 기량향상이나 성취감에 보탬이 되는 프로그램이 제공돼야 하고 종주국 체통을 보여줄 것들도 있어야 한다. 그런 것은 '태권도 공원'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해소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태권도 공원은 어디까지나 하드웨어이고, 그곳에 채울 소프트웨어는 바로 이번 대회 같은데서 만들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국내외로부터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전지훈련 용 수련장을 짓겠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국제태권도 축제를 대회장 지명을 빌어 '애막골 축제'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도 지자체와 태권도인들이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짐이다. 이번 대회를 몇 사람이나 구경했느냐는 것이다. 시민정신 결여를 꼬집기 전에 수도권을 배후에 두고도 이를 유인하지 못하는 '행정주최'의 한계, '태권도는 선수만 하는 것'이란 고정관념을 탈피시키지 못하는 태권도인들의 한계를 보여준 대목이다. 외국에선 태권도가 노인들의 장수비결인데 반해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도복을 벗는 것이 우리의 풍토이다. 이 대회가 국기(國技)를 다시 일으키는 새 바람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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