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를 통해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부지를 확보하려던 정부 계획이 무산됐다. 지난해 전국 46개 임해지역 지자체에 3천억 원의 지원금을 걸고 후보지 공모를 나설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다. 다만 전남 영광·강진·진도, 전북 고창, 충남 보령 주민들이 군(郡)에 '유치 청원서'를 냈었다. 정부는 도무지 씨가 안 먹히는 상황에서 이것만이라도 큰 소득이라고 보는 것 같다. 후보지 선정을 '사업자 주도 방식'으로 바꿔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일단 후보지를 선정한 뒤 수력원자력㈜이 해당 지자체와 개별 협상을 통해 확정 한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삼척 양양 주민들이 "또 방사성 폐기물장 망령이냐?"며 동요하고 있다. 삼척, 양양만 아닐 것이다. 전국의 대상 지자체들이 또 긴장할 게 뻔하다. 과연 10여 년을 끌어온 부지 확보 문제가 후보지 선정방법의 강도를 높인다고 해결되겠느냐는 의문이 또 남는다.

우선 내년은 지자체장 선거의 해이다. 어느 시장·군수 후보가 '핵 쓰레기장'을 들먹이며 표밭 모험을 하겠는가. 자칫 이런 방법의 방사성 폐기물장 선정은 이 사업에 대한 주민 불신과 혼란만 가중시키게 될 지 모른다. 정부는 주민 총의로 이 시설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공모방식'을 다시 한번 시도하는 것이 옳다. 다만, 그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지원금을 걸고 후보지 공모를 하는 것은 비록 유치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지역이더라도 마치 '지역생존을 위한 마지막 선택'같은 패배감을 안겨 줄 수밖에 없다. 폐기물장을 유치한 것이 후손에게 부끄러운 실수가 아니라 '탁월한 선택'이라는 확신을 줄만한 구체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지역발전 대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원금이 핵 쓰레기장 보상금으로 인식되는 한 이를 유치할 지자체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당장 전기를 대체할 에너지가 없는 이상 원자력발전소는 가동할 수밖에 없으며, 여기서 발생되는 '쓰레기'는 불가피하다. 전 산업장에서 나오고 있는 방사성 쓰레기도 산업이 돌아가는 한 불가피하다. 그 쓰레기가 포화상태라면 처리장을 지을 수밖에 없다. 이 국가적 과제를 10년이 넘도록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정책의지 결핍의 결과이다. 그 기간이면 국민이 그토록 못미더워하는 '안전도'에 대한 연구나 대책은 물론이고, 이 폐기물장을 가동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도 검증됐을 것이다. 그런데 대한 확신이 없는 데, '핵 쓰레기장'을 받아들이라고 하기 때문에 이미 청원서를 냈던 지역에서 "지원금이고 뭐고 다 사탕발림"이라며 돌아선 것 아닌가. 이미 청정성과 관광으로 미래 승부를 계획하고 있는 삼척, 양양 주민들을 더 이상 불안하게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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