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휴가 피서철을 맞아 강원도 산하가 또 한번 몸살을 앓을 판이다. 엊그제 동해안 해수욕장들이 일제히 문을 열었고 도내 곳곳의 유명 무명 피서 휴양지들도 성수기를 맞았다. 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이름난 해수욕장이나 피서 휴양지는 그런대로 손님맞이 채비와 관리계획이 세워져 있어서 안전대책 청결대책에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이름없는 산간 계곡 하천은 올 여름도 밀려드는 피서객들과 그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로 한차례 심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해마다 연례 행사처럼 반복되는 피서철 청정 강원의 자연 훼손 오염실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으니 답답하고 안타까운 노릇이다. 도시 근교의 물 맑고 그늘 좋은 산골짜기나 깨끗한 모래와 자갈이 깔린 하천치고 쓰레기가 흩어져 있지 않은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도로에서 조금만 떨어진 곳에 위치한 쉼터들은 예외없이 쓰레기가 쌓여 냄새를 풍기고 빈 병 비닐봉지 음식찌꺼기들이 널려있어 눈쌀을 찌프리게 한다. 매년 쌓이는 쓰레기들이 그대로 방치돼 곳곳에 쓰레기더미를 이룬 곳도 흔하다.

근본적으로 낮은 시민의식이 문제인 것은 틀림없다. 아름다운 자연 시원한 냇가에서 더위를 식히고 휴식을 즐겼으면 당연히 먹고 마신 나머지 음식물과 쓰레기를 되가져가야 한다. 그러나 피서객들이 즐기고 간 뒷자리에는 항상 쓰레기가 널려있는 게 우리의 한심하고 딱한 문화수준이다. 자치단체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드는 피서 휴양지를 '마을관리 휴양지'로 지정해 지역주민 스스로 관리 운영하도록 제도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대부분 이름뿐이어서 해마다 그 수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여름철 농촌 인력 부족도 한 원인이지만 합리적이고 조직적인 관리 운영이 어려운 탓이다. 분별없는 피서 휴양객들이 저마다 버리고 가는 쓰레기를 지역주민들이 처리하기도 어렵고 입장료 수입으로 관리 운영의 타산이 맞지도 않는다.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환경미화원을 동원해 계곡과 하천의 피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으나 관내의 그 많은 피서지 쓰레기를 일일이 치우는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방치된 피서 휴양지가 늘어나고 쓰레기가 해마다 쌓여 경관을 망치고 수질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된다. 한국 관광의 1번지를 자처하는 청정강원의 자연자원이 야금야금 훼손되고 오염되어가는 중이지만 행정의 손길도 감시의 눈길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마을관리 휴양지'에 관한 제도적 보완이나 휴식년제 강화등 가능한 방법을 모색해 강원의 산하를 쓰레기로부터 해방시키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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