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 10 명 중 6 명이 매장보다는 화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진보적인 변화다. 지난 94년 조사에서 "화장하겠다"는 응답이 겨우 32%인 것과 비교하면 지난 몇 년 동안 장례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는 괄목할 만하다. 이는 아마도 그동안 '매장문화 이래도 좋은가?' 하는 등의 주제로 국민적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고, 또 99년 12월에 정부가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올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것과 무관치 않을 것 같다.

정말 이번 조사 발표 그대로 우리 국민들이 장례 인식에 대한 관념적 변화를 실제로 실천하여 화장 중심 장례문화로 정착시켜 간다면 여러 가지 바람직한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우선 매년 늘어나는 묘지를 줄이면서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게 되고, 효친숭조(孝親崇祖) 정신에 앞서 남을 의식해 치르는 호화 장례의식도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이와 함께 비록 매장의 경우도 개인묘지 9 평을 못 넘고 공동묘지 3 평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개정 '장묘법'이나, 또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다시 화장 또는 납골하도록 의무화한 '시한부 매장제'가 지켜질 경우 장레문화의 바람직한 변화·정착이 전반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앞으로 매장이 아니라 화장 중심으로 우리의 장례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사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매장만 선호했던 것이 아니다. 한 때는 풍수지리사상에 의한 명당찾기식 매장문화가 유행병처럼 퍼져나가고, 얼마 전엔 고위 정치인이 명당 자리에 조상묘를 이장한 예에서 보듯 지금도 말 그대로 '당대발복(當代發福)'을 바라는 공리적 생각 아래 매장을 선호하는 풍토가 가시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불교 장속(葬俗)인 화장문화가 성행할 땐 신라 문무왕이 "화장하여 동해에 뿌려 왜적의 침입을 막게 하라"는 유언에 따라 그렇게 한 뒤 선덕 진성 효공왕 역시 화장을 택했고 당대 지식인들이 모두 화장을 좇았다. 현대에도 일부 지식인 중심으로 '화장 선언'을 하고, 지난 63년 화장이 교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교황청의 선언 이후 매장을 고집하던 천주교 사제들도 '화장 유서'를 쓰며 화장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몇 년 전엔 육신이나 일생 자체를 운납(雲衲)으로 여겨 경제계 최종현(崔鍾賢) 회장이 실제로 화장돼 그렇게 흔적 없이 본상(本相)으로 돌아간 예도 있었다.

지금 2천만 기의 분묘면적이 전국토의 1%에 육박한 상태다. 죽은 자를 의한 과공과례로 산 자들의 자리가 좁아지는 기이한 현상이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 될 것이다. 매장에서 화장으로 선호도가 바뀐 오늘의 현상이 지속돼 머지 않은 장래에 우리나라에 화장문화가 일반화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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