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식 논설실장

 각국 올림픽위원회 협의체인 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 제15차 서울총회가 일정을 마치고 폐막되자, 정부와 2014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는 '평창 알리기'에 주력하여 60 명의 IOC위원들로부터 상당한 호감을 얻어냈다고 자평했다.
 전체 115 명의 국제올림픽위 위원 중 60 명으로부터 호감을 얻어냈다면, 이로써 경쟁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와 러시아의 소치가 아무리 뛰어다녀도 평창 쫓아오기란 족탈불급일 테다.
 유치위의 낙관적 자평은 한승수 2014평창동계올림픽위원장과 김진선 지사가 한덕수 총리권한대행이 주재하는 만찬에 참석하여 친교를 나누면서 이미지를 구축한 것, 그리고 ANOC 폐막 뒤 IOC 집행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등 물밑 접촉을 확대하면서 '평창 알리기'와 경쟁 도시에 대한 정보 확보 활동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에 기인한 게 분명하다.
 이렇게 긍정적 자평을 하여 자신감을 증폭시키는 방식도 택할 만하다. 자만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들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나 화려한 겉옷을 벗겨낸 현실은 자신감이나 낙관만으로 지탱할 수 있을 만큼 평화롭지가 않다. 체험으로서의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은 사실 매우 혹독하다. 그 경쟁의 치열함은 다만 의례적 친교나 개막 공연에 대한 찬사와 덕담 정도로 될 일이 아님을 절감하게 한다.
 가령 이런 것들. 첫날 피겨스케이팅 공연 때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기를 들고 입장한 것을 놓고 경쟁 도시들이 "평창을 연상시킨다"고 항의하여 주최 측이 "올림픽 운동을 확산하자는 취지였다"는 해명을 해야 했다. 또 만찬에서도 한 위원장이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장과 헤드테이블에 나란히 앉기를 원했으나 "경쟁 도시들과 형평성에 어긋난다" 하여 일반석으로 돌려야 했다.
 로케 위원장이 워낙 윤리와 투명성을 강조해 평창올림픽의 '평'자도 꺼내지 못하게 하는 등 평소의 지론을 살필 때, 공식 만찬 자리에서 다만 고기를 씹었을 뿐 별 특별한 말을 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평창'을 얘기했다면 오스트리아와 러시아에서 온 참석자들이 가만 놔뒀을 리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열린 스포츠 외교의 '황금어장' ANOC에서 '스테이크 외교'는 별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일부 논자들은 김운용 박용성 두 국제올림픽위원의 불명예 퇴진 사실이 설상가상의 꼴이 됐다고 말한다. 사람이 없어 외교력의 빈곤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수십 년 인연으로 구축되는 국제 스포츠 외교 현장에서 정치인과 경제인이 아니라 선수 출신이나 스포츠 행정가를 키워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호텔 로비에서 국제올림픽위 위원을 만나거나 조찬 오찬 만찬 등 총회 개최국이 주최하는 비공식 만남에서 홍보전을 펼 수밖에 없다. 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매일 스테이크를 썰면서 국제올림픽위 위원들과 만나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 출신으로 국제 스포츠계에서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것은 ANOC 총회 무렵의 한 신문 보도문 일부다.
 따라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문제에서 중요한 사항은 정부와 유치위 지도자 몇 사람이 느끼는 '상황에 대한 낙관'과 이에 따른 '경쟁 자신감'을 조직 전체로 환원하려는 노력을 통한 유치 효율성 증진 문제다. 즉, 개인적 선언적 자족적 자평이 아닌 것으로, 합리적이고 냉정하게, 진실로 효과를 보는 방식으로, 조직적 유기적으로, '아름답게 패배했다'는 저 1차 도전 때의 마음가짐으로 평창을 알릴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말을 왜 하는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문제로 강원도 사회에 공허한 낙관주의와 허위의식이 퍼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광식 논설실장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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