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을 우선해 진흙탕 정쟁에서 벗어나겠다던 여야의 며칠 전 다짐은 역시 말뿐이었다. 엊그제 대구와 광주에서 열린 여야의 정치 집회는 상대방에 대한 증오와 불신의 깊은 골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정치의 금도를 잃은 천박한 설전으로 상대방을 헐뜯고 비방하는 모습이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기 때문이다. 여야의 한심한 정쟁에 민심이 등을 돌리면 상생정치로 민생을 우선하자며 선언적 휴전을 했다가 마주치면 다시 가시돋친 말로 상대방을 자극해 사생결단식 싸움판을 벌이는 우리 정치판에 국민은 이제 냉소를 보낼 뿐이다.

지난 3월부터 5개월째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수 회복마저 부진한 상태라 지난 6월중 산업생산 증가율이 32개월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통계청이 발표했다.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되고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정부 전망과는 달리 우리 경제에 심상치 않은 구름이 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하는 근심이 앞선다. 정부가 그동안 공을 들여온 대북관계도, 대 일본 등 외교 안보문제도 '맑음'은 아니다.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대처해도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국내외 문제들이 쌓여있는데도 크고 작은 문제를 새로운 이슈로 터트려가며 정쟁을 일삼는 정치권의 병폐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여야가 벌이는 정쟁의 핵심이 정책의 방향과 방법론의 차이에서 생긴 것이라면 차라리 바람직하다. 그러나 공방의 핵심이 오직 '정권의 유지·탈환'과 맞물린 것이어서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흑백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한 고강도의 비방이 악순환을 거듭하다보니 논리는 없어지고 감정을 앞세운 저질 발언이 오고간다. 정치지도자로서의 최소한의 품위마저 스스로 팽개치고 막말로 주고받는 언쟁은 이미 시정잡배들의 천박한 언사보다 더한 수준으로 떨어진지 오래다. 민생과 국익을 위한 토론의 장이 형성될 틈마저 없어진 것이다.

정치권이 냉정을 되찾아 상대방의 존재와 입장을 헤아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제각기 판을 벌이고 군중을 동원해 상대방을 비방하는 정치집회를 중단하기 바란다. 여야가 서로 얼굴을 마주 대하고 감정을 자제해 이성을 앞세운 토론을 한다면 그래도 이 시대의 지도급 인사들이라 막말을 삼가게 될테고 대화의 실마리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여야가 서로 등을 돌린 채 국민을 향해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독설은 살아가는 일에 지친 국민을 더욱 피곤하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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