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에 내놓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수도권과 강원도 영북지방을 잇는 춘천∼속초 간 철도사업 예비타당성 검토 결과 사업성이 낮다'는 결론에 대응한 도의 재건의 활동이 적절한 시점에 시작돼 새로운 결론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초에 기획예산처의 용역을 받은 KDI의 판단은 강원도 대상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확충 문제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기간 교통망 건설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고 단순히 물리적 여건이나 물량적 계량치로서 환치되는 경제성만으로 평가했다는 데에 문제가 있었다.

이런 잘못된 잣대로야 당연히 사람이 드물고 중앙 경제권에서 공간적으로나 정서·심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강원도의 철도 신설이 경제적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서의 도의 건의서는 '공급이 수효를 창출할 것'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매우 적절한 지적이다. '공급이 수효를 창출할 것'을 사람살이의 일반론에다가 극동지역 전체 교통망에 대한 종합적 조망 아래 2000년대 중·후반 강원도가 전혀 달라질 것에 주목하고, 또 금강산 육로 관광 시대 도래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결시켜 보면 마땅히 긍정하지 않을 수 없는 탁견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주 5일 근무'가 올해 안에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 철도 신설은 당위라 해도 지나치다 할 수 없다.

따라서 기획예산처는 종합·총체적 판단 아래 재심의를 요구하는 강원도의 입장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길이 있으면 사람이 모여들고, 길이 있으면 경제성이 증가할 게 분명하다. 따지고 보면 구한말 당시 한반도의 부산∼서울∼평양∼신의주 노선과 서울∼원산∼나진∼경흥∼시베리아 연결 노선, 그리고 서울∼대전∼이리∼나주∼목포 노선의 도로 및 철도 개설은 의도된 계획에 의한 것이고, 그 다음에 사람들이 모여든 경우가 아니고 무엇인가. 신동해권 육성과 금강산 관광 활성화, 그리고 통일에 대비하고 국토균형발전이란 의도된 계획에 의해 강원도 동서를 관통하는 철도를 신설할 경우 똑같이 사람이 모여 경제적 이점을 가져다 줄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 근대 도로 건설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길이 사람을 부른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을 살피면 KDI의 판단은 한반도의 역사적 시간과 변화 발전의 동인(動因) 등을 간과한 나머지 철학과 비전을 담아내지 못한 단견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기획예산처가 강원도의 새로운 건의안을 충분히 검토하여 기본계획 용역비 100억 원을 배정해 주는 것을 시작으로 동서고속전철의 완전한 신설을 국가 정책으로 채택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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