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섭(吳長燮)건교부 장관이 홍천, 횡성 수해현장 방문 자리에서는 몇 가지 눈길을 끌만한 수방대책이 제시됐다. 산간지역의 교량은 폭우가 쏟아지면 교각 사이를 나뭇가지와 부유물이 막아 버려 오히려 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지역실정에 맞도록 아치형 교량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원도 특성을 고려해 하천과 교량박스의 폭을 더 넓혀야 한다"는 안도 나왔다. 문제는 그렇게 복구할 아이디어가 아니라 예산이다. 이 부분은 吳장관도 동의했다. 그는 지자체가 엄청난 수해복구 부담을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법규와 보상규정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남기고 돌아갔다. 결국 정부가 예산지원 보따리를 풀어놓기 전에는 이번 수해복구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 셈이다.

수해지역 지자체들이 빚을 내 복구예산을 충당할 궁리를 하고 있다. 홍천, 횡성, 인제군이 열악한 재정형편 때문에 지방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道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총 3천억 원의 복구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가운데 국비지원을 빼더라도 300억 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예비비를 다 들어다 쓴다고 해도, 나머지는 빚을 내야할 형편이다. 그러나 과거 빚을 내 수해복구를 했던 지자체들이 아직도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사실을 교훈 삼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96년, 99년 두 차례의 혹독한 수해를 당했던 철원, 화천군이 그 실례이다. 설사 빚을 내 수해복구를 한다고 하더라도 모자라는 예산으로 짜이는 복구계획이 항구복구 계획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뻔한 노릇이다.

이럴 때 꼭 필요한 것이 대정부 '외교' 수완이고 능력이다. 이미 도지휘부가 중앙 요로를 찾아다니며, 강원도 실정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전을 찾아가 횡성 송전탑 피해를 설명한 것도 사실은 원인규명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한전이 '복구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겠는가'를 부담 지우려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수해복구 '협력'을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주민은 물론 군인, 자원봉사자들은 복구현장으로, 지자체장들은 지원금을 얻으러 동분서주하는 마당에 도민의 눈에는 유독 국회의원들은 한가롭게 비쳐지는 것 같다. 수해지를 지역구로 둔 의원이야 예외겠지만, 정쟁현장에서는 잘 뭉치면서도, '수해현장에서 한번 뭉쳐보겠다'는 그들의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 기실 정부 예산 보따리를 풀 힘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따지고 본다면, 지금 발벗고 나설 사람들이 그들밖에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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