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통신 기술과 첨단 기기의 발달은 산업 전반의 현대화 첨단화를 가속화하면서 시간과 거리를 압축시키는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이른바 세계화 정보화 시대를 이끌어 인간 생활의 패턴을 급속히 변화시키면서 '편리한 세상'을 만들고 있지만 그 역작용 또한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정보의 바다'속에 개인의 사생활이 그대로 노출되는 끔찍한 세상이 된 것이다. 물질적 풍요를 누리면서 삶의 질을 한없이 높여가는 이면에 개인의 비밀과 자유에 바탕을 둔 사생활이 여지없이 침해 되는 세상, 그런 불안한 세상에 우리가 살게 된 것이다.

누군가가 내 말을 엿듣고 있다는 불안감, 어디엔가 설치된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내 행동이 낱낱이 감시되고 필름에 담겨지고 있다는 소름끼치는 두려움은 이제 스파이 영화에나 등장하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우리들 삶의 주변에서 무시로 일어나고 있는 실제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와 내 가족의 주민등록번호와 직업 학력 소득 수준 등을 담은 개인 정보가 이 사람 저 사람의 손을 거쳐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은 기분나쁜 정도가 아니라 생각만해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불안감을 몰고온다. 게다가 국가기관에 의한 '제도내 감청'과 '제도 밖'의 불법 도청으로 개인의 통신 비밀이 여지없이 까발려지는 것 또한 공포로 다가온다.

개인정보가 새어나가 유통되고 알려져서는 안 될 개인의 비밀이 도청장치와 몰래카메라를 통해 남의 수중에 들어가는 일, 심부름센터라는 교묘한 업체로부터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이 감시되고 기록되어 의뢰인의 손에 넘겨지는 일 등은 개인을 불안과 공포 속에 밀어넣을 뿐만 아니라 사회불신의 세태를 만연시킨다. 대형 카드회사들이고객의 주소 연령 전화번호는 물론 계좌번호와 카드이용 한계 등 신용정보까지 포함된 개인정보를 보험회사에 넘겨주고 수수료명목으로 돈을 챙겨온 사실이 드러난 세상이다. 이런 개인정보가 금융기관과 상품판매업체에 유통되면서 계약은 커녕 동의한 적도 없는 보험청약서가 가정으로 배달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멀쩡히 앉아 눈 깜박할 새 코 베어가는 세상이 된 것이다.

도경찰청이 이와같은 사생활 침해 사례가 급증하는 현실을 인식하고 대대적 단속을 벌이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잘 한 일이다. 사생활 침해사범의 유형과 범죄수법에 대한 수사요령 등 대응책까지 면밀하게 준비하고 있다니 기대해볼만 하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일회성 선언적 단속이 아니라 사생활 침해사범을 뿌리뽑는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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