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강릉 13시간'. 그렇게 '만차(滿車)'인 고속도로, 국도로 찾아간 동해안 피서지는 '만원(滿員)'이다. 지리한 장마가 끝나고, 드디어 8월초의 황금 피서시즌을 맞았다. 동해안 가는 길은 더 막힐 것이고, 차에, 사람에 치여 피서지는 더 복잡해 질 것이다. 해마다 겪으면서도, 발 피서객이 많이 좀 왔으면 좋겠다"고 하던 때를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동해안 항·포구, 해수욕장, 산간 계곡이나 유원지 등 강원도의 모든 관광지에서는 이같은 피서철 '40일간의 불편'을 수용자입장에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창 피서객이 몰려드는 동해안에서는 벌써부터 주민들의 '생활고충'의 비명이 들리고 있다. 출근시간을 1시간이나 앞당겨야 하는 것은 보통이고, 출장시간을 꼼짝 않고 있는 길 한하나도 나아지지 않는 추락한 피서문화의 현주소를 또 한번 실감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교통난에, 피서객 등살에 못살겠다'고 불평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제가운데서 보내야 하는가 하면, 꼬리를 문 자동차 행렬 때문에 길 건너 마을 나들이는 아예 생각도 못할 형편이다. 해수욕장 급수 때문에 가정용 수도가 끊기고, 피서객이 쏟아내는 쓰레기를 주민세로 치우고 있다. 찾아오는 지기(知己)나 사업상 도리 없는 '공돈지출'로 가계가 휘청하는 것도 피서지 주민만 겪는 말못할 사정이다. 그러나 관광산업이란 측면에서 보면 이런 고통은 자업자득이며, 책임도 지역사회 몫이다. 해마다 겪으면서도 출퇴근 시간 조정, 급수·쓰레기 처리의 조례개정 등 피서경제 수용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쓰레기장으로 둔갑한 백사장, 꼴불견 음주가무나 폭력 등 강원도 전 산야가 지금 난장판 피서로 지칠 대로 지쳐있다. 개인의 양식에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런 피서문화가 발붙이도록 하는 '주인 문화'의 질에도 문제가 있다. 관광은 관광이고, 법은 법이다. 어떻게 '서울'에서는 쓰레기를 버리면 범법이고, 피서지서는 괜찮단 말인가. 오히려 다수의 위해가 되는 이런 행위를 더 응징할 수 있는 강력한 치안가동이 필요하다. 양양의 '비키니 비치 축구대회'나 강릉의 '썸머페스티벌' 등은 눈에 띄는 해변 이벤트이다. 지역별로 독특한 피서축제를 개발해 놓는 것도 주민에겐 문화향수의 기회이며, 피서객에겐 새로운 피서문화체험의 기회가 될 것이다. 강원도가 '싸구려 피서지'가 아니라는 인식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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