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193개 4년제 대학에 지원된 연구비가 처음으로 1조원대를 넘어섰지만 이중 절반가량이 상위권 10개 대학에 집중 지원된 것으로 밝혀졌다. 총 연구비 지원규모 1조1천569억원 가운데 서울대(1천485억원),한국과학기술원(834억원),연세대(605억원),포항공대(575억원),고려대(469억원) 등 이른바 상위 10개 대학에 5천734억원이 지원된 것이다. 상위 30개 대학에 지원된 연구비는 8천7백12억원으로 전체 연구비의 75.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도내 대학중 연구비 지원규모가 30위권 안에 든 대학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밝혀져 우리를 실망케 한다.

지난해 지원된 연구비 총액을 국내 대학 전체 전임교원 수(4만4천3076명)로 단순 평균을 내면 1인당 연구비는 2천610만원이지만 이 역시 대학별로 천차만별이어서 95년 개교한 광주과기원의 경우 교수 1인당 평균 연구비가 3억원대에 가까운 반면 하위그룹에서는 1천만원대에 머문 곳도 있어 대학 연구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보여준다. 지방대학보다는 수도권 대학이 사립대학보다는 국립대학이 훨씬 많은 연구비 지원을 받고 있는 현상도 이번 교육인적자원부의 자료로 분명하게 밝혀졌다. 대학교육협회 관계자는 이번 연구비 지원 현황으로 연구중심대학의 윤곽이 드러났고 앞으로도 이들 대학에 연구비가 집중 지원되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연구비는 교수들의 연구실적과 능력 대학의 연구환경 및 시설 등 여러가지 조건을 종합 평가해 그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므로 지원된 연구비의 많고 적음이나 몇몇 대학에 집중된 현상을 놓고 시비를 따질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연구비 지원 규모나 교수 1인당 평균 연구비 액수에 따라 그 대학의 연구능력과 연구풍토 등을 가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연구비 지원현황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할 것이다. 수도권 대학과 일부 상위 국립대학이 경쟁력에서 앞서가는 반면 지방소재 대학들과 대부분의 사립대학들이 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때문이다.

연구비 지원규모가 상위 30위권 이내에 드는 도내 대학이 한 군데도 없다는 것은 도내 대학들의 현주소가 어디쯤인지를 가늠하게 한다. 연구중심 대학은 아니더라도 대학의 연구능력과 풍토는 지역사회 산학 협동을 통한 경제 산업 문화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부의 실질적 지방대학 육성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 균형있는 대학 발전을 도와야 하지만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려는 대학 자체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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