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역으로 진출했던 오징어채낚기 어선들이 빈배로 돌아왔다. 강원 39척, 경북 33척 등 72척 가운데 일부는 대화퇴 어장으로 철수해 '귀로조업'을 돌아오고 있으나 폭락한 위판가격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도내 사상 첫 해외어장의 원정일 뿐 아니라, 안정적인 러시아 어장 개척의 첫 발을 내딛는 것이라고 부풀었던 어민들의 희망이 일시에 절망으로 바뀌어 버렸다. 일본의 '무성의, 무경우'에 당하고 있는 케이스이긴 하지만, 남쿠릴 러시아 수역의 꽁치잡이도 어선들이 조업허가가 떨어지길 기다리면서 험한 파도더미 위에 맥없이 빈배를 띄워놓고 있다. 정부가 한·일간 신어업협정 체결에 따른 어획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러시아 수역등 대체 어장에서 신어장을 개척하려던 계획이 서막부터 잘 못 돼가고 있는 것이다.

수산외교력의 부재, 이에 따른 정보없는 무작정 출어가 빚어낸 결과다. 러시아 어장의 오징어채낚기 조업은 첫 출어때부터 기대 밖이 될 것이라고 예상됐었다. 올해 동해 연안에 오징어 어군이 예년보다 1개월 앞당겨 형성되는 점을 들어 어민들은 러시아의 어장형성과 우리 어선의 출어 일정이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을 몇 차례 지적했었다. 어민들은 결국 '이번 조업부진은 현지 어황정보에 의해 배를 띄운 것이 아니라, 한·러 간의 어업협상 일정에 맞춰 배를 띄운 데 원인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어업협상 능력의 부진상을 꼬집는 대목이다. 사실 그동안 한·러어업협력위원회가 입어조건 협상을 벌이면서 채낚기어선의 수, 어획량, 입어료, 러시아감독관과 통역관 승선인원을 조정하기까지는 몇 차례나 '된다, 안 된다'가 거듭됐던 게 사실이다.

오징어도 한 철이고 보면, 고기떼가 이런 협상에 맞춰 어장을 형성해 줄리 만무하다. 그러나 당초부터 러시아 어장은 "투자에 비해 수익성은 불투명하지만, 일단 한번 가보자"는 동해안 어업인들의 진퇴양단 심경에서 출발했다. 新 한·일어업협정 발효 이후 어업인들이 겪고 있는 고충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오징어채낚기 어선들의 빈손 귀향에 대해 냉소와 비아냥만 보낼 수는 없다. 오히려 다시 만선의 꿈을 안고 대양으로 나갈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용기와 격려가 필요하다. 돌아온 어선들은 이번 출어 경험을 바탕으로 '적기에 어황정보를 충분히 받을 수 있는 방안'이 첫 번째 과제이자, 마지막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도 채낚기 어선들의 이같은 값진 출어 경험을 수산외교의 교훈으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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