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부터 도입해 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주민감사 청구제도는 자치단체의 행정업무 처리에 대해 주민이 이의를 제기하고 상급기관에 감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직접 행정 참여제도이다. 단체장의 선심성 시책 추진으로 불필요한 예산이 낭비되는 경우, 인허가 업무를 둘러싸고 발생한 의혹, 특혜의 시비가 있는 개발사업 등에 대해 주민이 나서서 직접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도입된지 1년이 넘도록 실제로 주민 청구에 의한 상급기관의 감사가 이루어진 사례는 전국적으로 10건 미만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감사청구제도가 이처럼 실제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은 감사청구인 수를 지나치게 많이 책정했고 청구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은 주민감사청구인 수를 20세 이상 주민 수의 50분의 1 범위내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되어있지만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500명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광역단체의 경우 적게는 374명(제주)에서 많게는 3000명(경기)에 이르는 곳도 있다. 감사를 청구하는 절차도 복잡해서 대표자를 신청하고 대표자 증명서를 받아야 하며 신청 주민 서명, 청구인 명부 제출, 공표, 명부열람, 심의위원회의 청구요건 심사, 감사 실시 등의 과정을 거쳐야한다. 그 절차를 다 따르자면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특히 500여명의 서명을 받는 것이 쉽지 않아 제풀에 주저앉기 십상이다.

지역주민들이 주민감사청구 제도를 '빛좋은 개살구'로 여겨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은 이 제도가 지닌 높은 벽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방자치의 투명한 행정을 담보하는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최근 원주시 청사 이전 문제와 관련 도내에서 처음으로 지역주민의 감사청구가 이루어졌지만 감사 실체가 없다는 이유로 각하된 것도 이 제도의 허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결국 주민감사청구는 제도만 있고 그 문턱이 너무 높아 지역주민들이 외면하는 이름뿐인 감시 장치가 되어버린 것이다.

속초시 8개 시민단체들이 현행 주민감사청구 인원을 500명에서 100명선으로 줄이도록 조례개정을 청원하고 나선 것도 이름뿐인 제도를 활성화하자는 주민 욕구를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청구인 수가 줄어들면 감사청구가 필요이상으로 늘어나 행정력을 낭비하게 된다는 논리도 지금으로서는 설득력이 약하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통해 지역주민을 위한 투명한 자치 행정이 정착되기 위해서도 주민감사청구제도는 주민 접근이 간편한 제도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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