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이 강원도만 '강 건너 불'이다. 道에 월드컵 관광기획팀이 신설됐지만 전화기도 없는 빈 사무실을 담당관 혼자 지키고 있으며, 한 지자체는 월드컵 훈련캠프 후보지를 반납하기까지 했다. 道 관계자 해명은 더욱 어이없다. 그는 "아직 월드컵 본선 진출국도 확정되지 않은 만큼 (준비가) 그리 늦은 시기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연 강원도에 월드컵 특수를 노린 관광이든, 이벤트든 무슨 대책이 있기나 한 것인지 묻고 싶다.

'늦은 시기라고 보지 않는다'는 데 대해 우선 월드컵훈련캠프를 놓고 '바깥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면 이렇다. 유럽 예선2조에서 8월말 현재 단독 선두는 아일랜드, 포르투갈과 네덜란드가 각각 2, 3위로 뒤쫓고 있다. 어느 나라도 본선진출을 낙관할 수 없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지난 1월 축구협회 관계자들이 내한, 서귀포를 훈련캠프로 낙점하고 돌아갔다. 지난달 25일엔 아일랜드 관계자들이 내한, 훈련캠프를 협의했다. 포르투갈이 탈락하지 않는 두 나라중 한 나라는 김칫국부터 마시는 셈인데도 훈련캠프 확보에 나선 것이다. 프랑스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등 강호들은 '이미', 러시아, 폴란드, 모로코 등은 훈련캠프를 '물색 중'이다.

월드컵 훈련캠프는 엄청난 경제수익과 월드컵 홍보효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특수 중의 특수다. 이때문에 일본이 지난해부터 훈련캠프 유치에 나섰으며, 뒤늦게 발동이 걸린 우리나라도 월드컵 유치도시는 말할 것 없고, 도시마다 '싼 물가, 교통, 훈련시설, 볼거리' 등을 내세우며 "우리 도시로 오라"고 열을 올리고 있다. 춘천, 원주, 강릉, 속초 등 어느 곳도 이런 여건에 미흡하지 않지만, 춘천, 원주는 후보군에 오르지도 못했고, 속초는 반납을 했으며, 강릉만 유일하게 월드컵 조직위의 훈련캠프 후보지로 남아있다. 이런데도 "늦지 않았다"면 말이 되는가.

물론 월드컵 훈련캠프는 유치효과만큼이나 투자부담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강릉 개최도시 탈락 후, 지구촌 잔치에 유독 강원도만 소외된 데 대한 도민들의 패배감을 헤아리는 지혜가 더 중요하다. 월드컵 도시로 선정되지 못했으면, 비록 '꿩 대신 닭' 일 망정, 그 특수에라도 편승해 도민이 세계적 잔치 마당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단 훈련캠프가 아니더라도, 월드컵은 관광에서부터 각종 이벤트에 이르기까지 벌여놓을 것들이 너무 많다. '월드컵 관광기획팀'의 방에 빨리 전화 팩스 PC를 놓고, 빈자리를 채워 팀웍을 가동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