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동강이 병들어 간다는 것은 어제오늘 경고가 아니다. '영월댐 반대'로 마치 그 강이 환경운동의 메카처럼 돼 버리면서 "너도나도"하며 줄을 잇자, '이러다가 환경보호가 환경을 파괴하겠다'는 우려가 들려온 지가 벌써 오래다. 그 유명세를 타고 래프팅, 트레킹, 야영, 피서 등 패키지 상품이 쏟아져 나오자 '동강이 망가지는 것은 시간 문제' 라고까지 예고됐었다. 결국 원주지방환경청이 6, 7월 수질오염도를 분석해 '동강은 2급수의 맑지 않은 물'이란 진단을 내렸다. '자연생태계의 보고'라며 늘 내세우던 어름치, 수달, 비오리 등 천연기념물이 이제 더 이상 살기 어렵게 된 것이다. 누가 이 강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을까? 일부에서는 올 봄 극심한 가뭄이 강으 자정능력을 상실 시켰을 것이라고 보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동강은 이미 혼자 제 몸 가누기가 어려울 만큼 너무 인간간섭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너무 사람이 많이 오고, 그동안 밀렸던 개발수요가 너무 많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영월댐 예정지에서 댐 백지화까지 10여 년 간 동강은 사실상 적막강산이었다. 이것이 두 가지 수요를 동시에 일으켰다. 이 별천지로 한 번 놀러 가보자는 '동강 밖 사람들의 수요'와 그동안 손 하나 까딱하지 못했던 것을 보상받아야 한다는 '동강 안 사람들의 수요'가 발동한 것이다. 그러나 이젠 '동강 밖 사람'이나 '동강 안 사람'이 냉정히 따져볼 일이 있다. 래프팅, 트레킹 등으로 떨어지는 돈이 과연 그 강을 지켜 온 주민 몫이겠느냐, 동강에 기생해 있는 상혼 몫이겠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동강을 개발해 지난날을 보상하라'는 목소리의 배후에서 이 강의 기생 상혼이 작용하겠느냐, 안 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지자체는 물론 정부의 동강보전대책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영월 정선 평창군이 올 피서기간 동안만이라도 약 60㎞구간을 자연휴식지로 운영해 보려다 주민 반발로 유보했던 것처럼 어느 것 하나 씨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도 살리고, 주민도 살리겠다'는 정책이 먹히지 않는다면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정책이 미흡하거나, 그 강에 기생해 있는 상혼이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강보전 대책을 더 다듬기 바란다. 그리고 '동강을 팔아먹겠다'는 상혼이 발붙이지 못해 그 강이 주민의 강이 되게 하기 바란다. 동강은 국민이 지킨 국민의 강이다. "차라리 댐을 막는 게 나을 번했다"는 조롱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동강은 주민의 손으로 보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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